2일(한국시간) 혼다 클래식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22)는 위기에 강하다. 스스로 “위기감을 느낄 때 경기가 더 잘된다”고 말한다. 이런 승부사 기질이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올 시즌 임성재의 가장 큰 목표는 도쿄 올림픽 메달이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최근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걸음마를 뗀 지 얼마 안돼서부터 집에서 플라스틱 골프채를 휘둘렀던 임성재는 6살 때 정식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여성용 티에서 90타 이내 타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험 삼아 나간 초등학생 대회에서 77타를 쳤다.

임성재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 한국과 일본 투어 출전권을 동시에 따냈다. “더 큰 물에서 놀겠다”며 일본 투어를 택했다.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초반 13개 대회가 끝난 뒤 실시된 시드 순위 재조정에서 밀려 대회 참가 기회가 줄었다. 하지만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에 공동 4위에 올라 다음 대회 자동출전권을 받았다. 임성재는 다음 대회에서도 11위에 올라 상금 랭킹을 59위까지 끌어올리며 다음 시즌 시드를 확보했다.

2017년 말 PGA투어 도전에 나섰다. 2부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나갔는데, 일정이 무리했다. 일본 대회를 마치고 떠난 탓에 대회 직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처음 미국에 간 임성재는 시차 적응도 힘들었다. 6라운드짜리 첫 대회에서 5라운드까지 하위권에 머물러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쳐 다음 대회에 진출했다. 다음 대회에서도 탈락하는 듯했지만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쳤고, 최종 대회에서도 3라운드에 60타를 치며 2부 투어 시드를 따냈다.

임성재의 아버지 임지택씨(55)는 “성재는 신기하게도 필요할 때 항상 성적을 냈다”고 했다.

임성재는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현 콘페리 투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하더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상금 1위를 달리며 PGA투어 진출권을 따냈다.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2018~2019시즌 PGA투어에 올라와서도 펄펄 날았다. 3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7번이나 들었다.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페덱스컵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하며 우승 없이도 아시아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2부 투어와 PGA투어 신인상을 모두 받은 선수는 1997년 스튜어트 싱크(미국) 이후 22년 만이다.

임성재는 지난해 12월 처음 참가한 프레지던츠컵에서 전세계 골프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3승1무1패를 기록, 인터내셔널팀 선수 중 가장 많은 승점을 올렸다.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는 지난해 US오픈 챔피언인 미국의 게리 우들랜드를 완파했다.

임성재는 위기에 강한 자신의 모습을 이번 혼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도 ‘베어 트랩’과 18번 홀 벙커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임성재는 올해 초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뭔가 위기감이 있을 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경기가 잘 된다”고 했다. 그는 “위기 때도 긴장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위기라고 생각할 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집중이 더 잘 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아버지 임지택씨는 “성재는 승부욕이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경기에서 마음에 드는 샷이 안 나오면 흐르는 코피를 틀어막고 연습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울거나 화를 내곤 했다”고 했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한 탓에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언젠가부터 완전히 펴지지 않게 됐다.

임성재는 올해 목표로 올림픽 메달과 PGA투어 첫 우승, 메이저 대회에서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을 꼽았다.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한 임성재는 앞으로 최대 목표인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