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류호정 후보(28)가 대학 재학 시절 ‘대리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서는 비난 성명과 함께 자진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게임을 해주는 행위를 말하는 ‘대리 게임’은 젊은층 사이에서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로 받아들여 진다. 하지만 게임과 e스포츠를 잘 모르는 일부 세대에게는 ‘게임 한판 대신 해주는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대리 게임’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10여개 이상의 하부 리그로 단계가 나뉘어 있는 잉글랜드 축구를 예로 들면, 대리 게임은 10부 리그에 속한 팀이 1부 리그인 EPL 선수들을 몰래 뛰게 해 팀의 리그 등급을 상향시키는 것과 같은 행위다. 더 쉽게 말하면, 아마 선수들의 온라인 바둑리그에 프로 기사가 대신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류호정 후보가 ‘대리 게임’을 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경우 게이머의 실력(대전 성적)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가진 게임이자 프로 e스포츠로도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다 보니 ‘LoL’을 즐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등급을 올리려는 경쟁이 치열하고, 높은 등급의 게이머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한때 실력 있는 다른 사람에게 대신 게임을 하게 해 등급을 올리거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돈을 받고 게임을 대신 해주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리 게임’이 게임·e스포츠계 뿐 아니라 젊은층에서 심각한 불공정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지난 2018년 12월 이동섭 의원(당시 바른미래당)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지난해 6월부터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1992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예약한 류호정 후보의 경우, ‘대리 게임’ 사실과 이를 마치 본인이 직접 성취한 성과인 것마냥 언급했던 과거 인터뷰가 알려지며 거짓말 논란까지 보태진 상황이다.

류 후보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여대 최초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아프리카TV 등에서 BJ로도 활동하고 여성부 e스포츠 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을 바탕으로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스마일게이트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퇴직한 후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선전홍보부장을 맡고 있다가 정의당에 입당해 청년 우대 정책에 따라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류 후보의 대학 시절 대리 게임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류 후보는 1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류 후보는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금전 거래도 없었고, 어떤 경제적 이익이나 대회에서의 반칙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대리 게임에 대한 죄의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한 현재 상황에서 정치인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중인 황희두 위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e스포츠에서 대리 게임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유명 플레이어는 이 문제가 발각돼 선수 자격 박탈까지 당했다. 쉽게 비유하면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류 후보가 정의당 1번을 대표해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 볼 수 있는가, 이 소식에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대리게임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도 11일 성명서를 내고 류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대리 게임은 게임 생태계를 파괴하고, 게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처벌법을 만든 이유를 설명하고 “류 후보는 해명을 통해 대리 게임을 사소한 일 정도로 프레임을 바꿨다. 또 자신의 잘못을 남녀갈등 문제로 조장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정의당은 류 후보를 11일 청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