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겸임교수 ㄱ씨. 최근 급하게 중고 노트북과 함께 카메라와 마이크 등 온라인 강의를 위한 장비를 100만원 넘게 주고 구입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온라인 강의 지침을 내리면서 영상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 수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학점 당 13만원, 총 6학점을 맡아 한 달 월급이 80만원이 조금 안되는 ㄱ씨 입장에서 씁쓸한 지출이었다.

ㄱ씨는 “학교에 총 8대의 온라인 강의실이 준비됐지만, 이는 정교수들이 이미 모두 예약을 해 놓은 상태라 ‘감히’ 손을 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비용은 들지만 강의를 펑크낼 수는 없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촬영장비를 구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에 나섰지만, 이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업시간만을 채우려는 대학들이 상당수를 이루면서 학생은 물론 교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비교적 낮은 임금에도 많은 수업을 감당해야 하는 겸임교수들의 불만은 심각한 수준이다.

질 높은 강의를 위해 카메라는 물론 소리 울림을 방지하기 위해 제대로 된 음향 장비를 구비해야 하지만 아무리 싸게 구매해도 최소 수 십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ㄱ씨는 “아무런 지원없이 그저 강의를 촬영해 제출하라고만 하니 난감할 수 밖에 없다”면서 “소리가 너무 울린다는 지적에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마이크 하나만도 십 수만원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강의를 맡고 있는 동료 겸임교수가 학교에 지원을 문의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되는 걸 가지고 유난을 떤다’는 말을 들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교수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소재 한 대학에서 관광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 ㄴ씨는 “지난해 시행 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이후 시간강사가 대폭 줄어들면서 교수 1명당 담당하는 수업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대학이) 교수 채용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많은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하기에는, 일단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수업의 질이 떨어질까 두려워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영상 편집 등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음대 교수인 ㄷ씨는 더욱 난감한 경우다. ㄷ씨는 “실기 위주의 수업이 될 수 밖에 없는 예체능 과목에도 온라인 수업을 강요하다, 학생은 물론 교수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휴강’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하면서도 “4주 이상 휴강이 지속될 경우 이를 이후에 보강하는 것은 큰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남은 학기 동안 1달 분 이상의 수업을 보강하자면 수업의 질 문제가 다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만은 학생들로 이어지고 있다.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예술대학생네트워크와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각 대학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현장 실습수업 파행 등 교욱의 질 저하는 물론 시스템 오류 등을 근거로 “등록금 일부 반환 외에도 사립대를 포함한 전국 모든 대학 반값등록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일반 사이버 대학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면서도 오히려 학비는 2배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학비는 죽어도 환불할 수 없다는 대학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선택인 만큼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현재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들 중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곳은 중앙대학교가 유일하다. 종강일을 기존 6월 27일에서 7월 10일로 2주 늦춘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실습·실기 위주 학과에 국한돼, 학생들의 환불요구는 앞으로도 사그러들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