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에 꽂혔다. 근육질 몸을 갖겠다는 욕심으로 시멘트로 만든 바벨을 들면서 ‘잘 먹는’ 방법도 찾았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직접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스포츠 영양학을 연구하고 전국 현장을 샅샅이 훑으면서 45년 안팎 한 우물만 팠다. 이윤희 파시코 대표(61)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스포츠 영양학 장인이 된 비결이다.

이 대표를 최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하는 동안 목소리에 확신과 자부심이 넘쳤다. 한국 최초로 스포츠 영양식품 출시했고 시장을 맨 앞에서 선도하는 개척자다웠다. 이 대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이용해 종목, 나이, 신체 등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면서 올바른 복용법을 알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스포츠 영양에 관심을 가졌나.

“중학교 때 태권도 선수였다. 소년체전 선발전에서 패한 뒤 그만뒀는데 그때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 대형 사진을 봤다. 근육을 키우고 싶었는데 운동법, 영양 등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국대 식품영양학과를 들어갔다. 체육과 수업도 청강했고 동국대에서 태릉선수촌까지 걸어 다니면서 국가대표 훈련도 지켜봤다.”

-선수촌 이야기를 해달라.

“그때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 배구 스타 강만수를 처음 봤고 역도 대표 훈련도 오래 지켜봤다. 배구, 농구를 좋아해 장충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1984년 빙그레에 입사해 바디빌딩 동호회를 만들었고 91년 퇴사 후 영양식품 원료 수입을 위해 93년 무역회사를 차렸다. 2000년 파시코로 사명을 바꿨다. 석사·박사 과정에서 한국체대 김창근 교수 등 근육 전문가로부터 장기·단기 유산소 운동과 근육의 생리변화에 대해서 많은 걸 배웠다.”

-첫 제품은 언제 출시했나.

“2000년 전까지도 운동선수 영양식품은 거의 100% 남대문에서 나왔다. 미군 쪽에서 흘러나온 것들이었다. 그때에는 영양식품 관련 국내 법이 없었다. 단백질 보충제가 낯선 정부 기관과 부처를 찾아 외국 논문, 해외 보도 등을 보여주며 설득했다. 법적 근거를 만드는 작업을 1년 동안 해온 끝에 단백질 보충제가 1996년 9월1일 식품위생법에 등재됐다. 직후 우리가 바디빌더용 제품인 파워프로틴2000을 출시했다. 대한민국 1호 단백질 보충제다.”

-어떻게 팔았나.

“태릉선수촌에 먼저 갔다. 역도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알렸다. 지도자들은 대부분 ‘합법적이냐’ ‘스테로이드 아니냐’ 등을 물었고 나는 과학적, 법적 근거를 대면서 설명했다. 지도자 중 해외 정보를 받은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가격은 1㎏당 3만원 정도였다. 수입 단백질 원료가 너무 비싸서 3만원이 비싼 게 아니었다. 널리 보급하고 싶어서 마진을 줄였다. 그래도 비용을 제외한 월 수익이 1억원 정도가 됐다. 그 돈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시설도 늘렸다.”

-국가대표는 언제부터 후원했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역도 등 격투기 종목을 중심으로 무료로 했다. 격투기 종목은 파시코를 무척 필요로 했고 재정적으로도 열악했다. 김태현, 장미란, 사재혁(이상 역도), 김재범, 황희태(이상 유도) 등이 파시코를 먹었다. 프로야구 두산에서 뛴 타이론 우즈, 심정수, 김동주 등도 그랬다. 지금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골프뿐만 아니라 조정, 카누 등 많은 종목 선수들이 우리 제품을 먹고 있다.”

-제품 특징을 설명해달라.

“한마디로 이론 근거 확실하다는 것이다. 기능성 아미노산 등 모든 성분이 의학적 논문을 통해서 검증됐다. 대부분 자연 성분이라 도핑 문제도 없다. 성별, 나이, 종목, 체격에 따라 맞춤형 제품도 제공한다. 예를 들면, 높이뛰기 선수는 짧은 시간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도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성분이 필요하다. 반면 마라톤은 오랜 기간 컨디션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레이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성분이 있어야 한다. 식품이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최대 5%다. 정상급 선수들의 메달 색, 순위 등에 큰 결과를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마라톤 때문에 케냐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 훈련을 보기 위해 2주 간 머물렀다. 국가대표가 된 뒤에 꾸준히 우리 제품을 주고 있다. 귀화까지 했기에 좋은 기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면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다. 오주한이 태어난 곳이 도쿄처럼 습하고 덥다. 오주한은 케냐 부족 중 전투력이 강한 투루카나 족 출신이다.”

-요즘 스포츠 영양식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구와 덤핑 판매가 많다. 실제 성분이 영양 정보와 다를 수도 있고 설사 같더라도 스테로이드, 이뇨제, 흥분제 등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자주 복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성분을 넣어 제품을 아예 만들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미국은 그런 법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연구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남의 제품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드는 제품과 핵심부터 다르다.”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나.

“이 시장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좋은 영약식품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우리 매출도 전문 선수보다 일반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운동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건강, 생리에 대한 지식이 공유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좋은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생산업체, 유통업체도 물건 팔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올바른 복용법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

-어떻게 먹어야 하나.

“무작정 많이, 자주 먹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부족한 걸 몰아서 먹어도 효과가 반감된다. 단백질은 매 끼니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설탕, 탄수화물 중심 식사를 좋은 단백질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어릴 때부터 좋은 양양분을, 적정량 먹는 게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먹여서는 안 된다. 또 운동할 때도 운동 전, 운동 중, 운동 후, 회복 등 4단계에 걸쳐 다른 식품을 먹어야 한다. 운동 상황에 따라 몸에 맞춰 약을 제조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든 운동 영양학에 대한 검증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연락해달라. 전국 어디든 사명감을 갖고 무료로 강의하러 가겠다.”

-파시코 사명을 설명해달라.

“파워, 시스템, 코리아를 합한 것이다. 파워, 코리아는 이해하겠지만 왜 시스템을 썼는지 묻는 분들이 많다. 그게 경영철학과 연관이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구입하고 먹고 다시 개발하기까지 좋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썼다.”

-엄청난 마라톤 마니아로 알고 있다.

“40대 중반까지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했다. 키가 172㎝인데 가슴둘레가 110㎝였고 체중도 지금보다 15㎏이 더 나가는 85㎏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 건강을 위해 유산소 운동으로 바꿨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242회 뛰었고 100㎞ 이상 울트라 마라톤도 50회 정도 달렸다.”

-앞으로 계획은.

“고객 맞춤형 제품에 더 주력할 것이다. 유아, 청소년을 위한 제품도 내놓겠다. 과거에 내가 도움을 준 분들이 꾸준히 고객이 되고 있어 힘이 된다. 우리나라 스포츠계에는 영양전문가가 거의 없다. 이론과 실제를 모두 잘 알고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해외 수출길도 찾고 있다. 한국 유명선수들이 먹고 있어 해외 반응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