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반 호기심 반에서 경이로움으로.

거리를 얻기 위해 체중을 늘리는 브라이슨 디샘보의 벌크업 실험은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5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했고, 평균타수는 68.957타로 3위, 드라이브 거리는 320.5야드로 캐머런 챔프(320.8야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지난주 열린 RBC 헤리티지가 정교함을 요하는 코스여서 드라이버를 많이 잡지 않은 탓에 2위로 내려 앉았지만 실질적으로는 PGA 투어 최장타자다.

벌크업 효과는 드라이버만이 아니라 아이언까지 미치고 있다. 디샘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RBC 헤리티지 파3 17번홀에서 6번 아이언이나 7번 아이언을 잡았다. 지난해 세팅 거리는 172야드였다. 올해는 161~192야드로 세팅된 17번홀에서 8번 아이언이나 9번 아이언으로 공략했다. 같은 거리에서 2클럽 짧은 아이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친 과학자’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디샘보는 이를 “양자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늘어난 비거리가 골프장을 완전히 다른 골프장으로 만들었고,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디샘보의 아이언 거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디샘보가 골프TV에 공개한 클럽별 거리에 따르면 디샘보는 4번 아이언으로 255야드(약 233m)를 보낸다. 4번 아이언 PGA 투어 평균 거리인 200~250야드 너머에 있다. 아이언을 멀리 잘 치기로 유명한 로리 매킬로이(236야드)나 야수 같은 브룩스 켑카(230야드)보다도 20야드를 더 보낸다. 205야드에서 매킬로이와 켑카가 6번 아이언을 잡는 데 비해 디샘보는 7번 아이언으로 공략한다. 피칭웨지는 160야드(매킬로이 146야드, 켑카 148야드)가 기준 거리다. 피칭웨지의 PGA 투어 평균 거리는 120~140야드다. 짧은 클럽으로 공략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이게 바로 디샘보가 즐기는 양자 전환’ 효과다.

좁고 까다로운 RBC 헤리티지와 달리 25일 밤 TPC 리버 하이랜드(파70·6481야드)에서 개막하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740만 달러)은 디샘보가 ‘크라켄(상상 속 바다의 괴수, 곧 드라이버)’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홀들이 꽤 있다. 디샘보는 TPC 리버 하이랜드마저 ‘양자 전환’ 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