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활주로’는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있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주항공은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이 해외 기업결합 심사 등 선행조건 이행을 M&A의 선결 조건으로 들고 있어 이번 발표가 M&A 추진 동력이 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발표에도 제주항공과의 입장차는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제주항공의 반응은 이스타항공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노딜(No deal)’을 선언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그대로 파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 29일 이스타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로, 현재 이스타항공 대주주(39.6%)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자녀인 수지씨와 원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성명서에서 이 의원은 “작금의 이스타항공 문제로 임직원 여러분과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하다”며 “특히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의원은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어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이 의원 일가가 최근 불거진 편법증여 등과 관련한 언론의 연이은 보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2015년 자녀의 거주지로 알려진 한 레지던스에서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별다른 실적이 없는 상태임에도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이를 이스타항공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이에대해 이스타홀딩스는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사모펀드의 실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의혹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무대응은 이 같은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 일가의 성명서 발표에도 30일 오후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날 각 언론사에 ‘7월말까지 반려동물 동승고객 운임할인’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 의원의 기자회견을 철저히 외면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폐업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 개월 째 직원들의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할 만큼 경영난은 극심한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매년 자본잠식 상태. 지난해에만해도 7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역시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것 뿐”이라면서 “어렵기 때문에 매각하는 것이다. 유지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조만간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30일 언론에 “이상직 의원은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에 주식을 던져 놓고 갔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지분 헌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이후 자금 활용 계획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어 혼란을 가중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임금 체불 해소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정부도 빨리 나서서 이상직 의원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제주항공과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