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가장 먼저 친해진 친구는 3학년 모건이었다. 새하얀 피부에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모건이는 굉장히 똑똑하고 재주가 많은 아이였다. 그러나 정작 모건이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특히 못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듯 보였다.

센터에서는 매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영어단어를 2~3개씩 외우도록 돕는데 그날은 평소 외우는 영어단어보다 조금 더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날이었다. 모건이는 “난 못해요! 이걸 어떻게 외워요!” 하며 내 옆에서 나를 붙들고 한참을 하소연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외워 보고 싶지만 틀릴 것 같은 두려움에 도움을 바라는 모건이의 속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모건이가 외워야 할 긴 영어단어를 두 개로 끊어 5번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도록 권해 보았다. 내가 먼저 읽고 기다리자 모건이는 작은 목소리로 따라 읽기 시작했고, 야무지고 총명한 모건이는 10분도 되지 않아 그 단어를 완벽하게 외울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모건이에게 실수하거나 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러 번 설명해 주었다. 이후로도 지역아동센터에서 댄스·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할 때 두려워하며 쭈뼛대는 모건이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기 위해 노력했고 잘 마치고 왔을 때는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었다.

모건이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이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았지만 이 아이의 내면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품을 수 있는 힘이 올라왔다.

센터에서의 업무기간이 끝나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 모건이는 나에게 길가에 꽃을 꺾어 투명테이프로 붙이고 리본을 묶어 작고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후에도 모자랐는지 가방 속에서 작은 단추, 동그란 돌 등 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꺼내 주었다.

나는 그런 모건이의 눈을 바라보며 “모건이는 무엇을 잘 하든지, 못 하든지에 상관없이 지금 모습 그대로,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귀해!”라고 다시 한번 말해 주었다. 모건이가 앞으로 살아갈 때 늘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센터를 나올 때 가장 눈에 밟히던 예쁜 모건이. 모건이를 만나 짧게나마 사랑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모건이를 비롯한 능소화 꿈나무 아이들을 만난 후 나는 내가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나를 채워준, 아이들의 마음을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조금 더 이타적인 마음과 사랑의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능소화 꿈나무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도하며 앞으로도 늘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