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를 거쳐 대학교수, 다시 클럽 DJ 겸 아이돌 댄스 가수, 그리고 기업 CEO….

화장품 전문기업 LYS를 이끄는 주기쁨 대표(DJ 조이·35) 이야기다.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서 20대를 보내던 주 대표는 잘나가던 무대를 뒤로하고 국민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모두가 부러워 할 탄탄한 성공가도…. 하지만 주 대표는 곧 클럽 DJ로 전업해 무려 4장의 믹싱앨범을 발매하며 강남에서 ‘잘 나가는’ DJ조이로 변신했다. 급기야 2016년에는 직접 싱어로 나선 싱글앨범 ‘위풍당당(Dreams come true)’을 발매하며 아이돌 가수로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한다.

말 그대로 ‘극에서 극’의 행보. 그런 그가 최근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여성세정제 ‘Immer’로 주목받고 있는 여성 라이프케어 전문기업 LYS의 공동대표 명함이다. 지난해 기준 3000억원까지 성장한 여성 세정제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력과 패키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다.

“뮤지컬 배우 시절부터 꿈꿨던 일이에요.”

첫 인상부터 거침이 없는 주 대표의 표정과 말투는 그의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짐작케했다.

“무대에 서는 여성들의 숙명과도 같은 거죠. 의상을 입을 때마다 생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요. 특히 DJ로서 한창 해외활동을 할 당시에는 더욱 힘들었죠. 그러다 우연히 ‘Y존케어’ 시장을 알게 됐어요. 당시 국내에서는 ‘여성 세정제’라는 말 자체가 다소 생소했던 단어였어요. ‘Y존’도 결국 피부잖아요. 얼굴에도, 또 바디에도 전문 제품을 쓰는데 하물며 예민한 Y존에는 전용 제품을 사용할 생각을 못 했던 거죠. 완전한 신세계였어요.”

결심을 굳힌 주 대표는 이후 왁싱샵과 산부인과 등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유명 드럭 스토어를 찾아다니며 기존 제품에 대한 리서치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가장 컸던 한 드럭스토어를 찾았어요. 여성 세정제를 찾아봤는데, 생리대 아래 쪽에 제품 2~3개가 겨우 있더라고요. 하지만 대부분 외국의 것을 그대로 배껴온 것이었고, 품질 역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죠.”

하지만 의지만을 갖고 사업을 꾸리기는 쉽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더구나 DJ와 아이돌 가수 생활을 병행하며 준비하기에는 물리적 제한이 컸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됐다고.

“어릴적 친구가 있었어요. 굴지의 화장품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사업을 준비하던 친구였죠. 그 친구가 느닷없이 전화를 한 거에요. ‘Y존 케어 관련 회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함께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전화였어요.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요?”

아모레퍼시픽 전략기획팀 출신의 윤형준 씨(35)가 그 친구다. 현재 LYS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 대표는 2010년 공채 입사한 뒤 이니스프리 해외전략팀을 거쳐 아리따움의 기획MD 까지, 아모레퍼시픽의 많은 성공적인 브랜드 런칭에 경험을 가진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 그리고 치열했던 고민의 결과는 바로 LYS의 첫 제품인 Immer 여성세정제로 이어졌다.

“수 많은 제품들 속 에서 빛이 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죠, 화장실에 비치해놓는 제품들 사이에서도 빛이 나는 제품이 있죠. 생각난 것이 바로 클럽에서 판매되는 샴페인이었어요. 클럽에서도 빛이 나는 샴페인은 두 배 비싸요. 흔히 돔페리뇽을 떠올리게 되는데, 빛이 나는 병을 갖고 있죠. 자신을 과시하려는 이들이 이 술을 다른 술의 두 배 값을 주고도 사는 이유와 같은 이치죠.”

하지만 수 십군데 공장을 돌아다니며 ‘빛이 나는 패키징’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마다 대답은 모두 거절. 수 십년간 화장품 용기만 생산해 온 회사들이었는데도 이런 제품은 한 번도 만든 적이, 아니 본 적도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작전을 바꿔 한 공장의 사장님을 매일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고, ‘해 보자’는 말을 듣는데는 그 후로도 며칠이 더 걸렸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던 제품이었으니까요. 생산은 수월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형광물질은 사용치 않기로 했고, 비교적 안전한 야광 물질의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사례가 없었어요. 노력 끝에 마침내 초도물량을 생산했는데 이번에는 빛나는 부분이 모두 벗겨져 버린는 거에요. 공장 사장님과 함께 또 몇 달에 걸쳐 보완한 것이 바로 이 제품입니다.”

LYS라는 회사의 이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었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약자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스스로를 빛내자’라는 뜻이라고 했다. 첫 브랜드 ‘이머(Immer)’도 그렇게 탄생했다. 독일어로 ‘언제나, 올웨이즈’라는 뜻. ‘늘 당신과 함께’라는 의미를 담아,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한 자존감이 특징인 MZ세대, ‘포미(For Me)’ 족을 겨냥한 이름이다.

“특히 좋아하던 책이 있어요. 작가 토니 모리슨의 ‘술라’ 라는 책인데, 자아를 깨닳아가며 공동체와 갈등을 겪는 흑인 여성의 이야기죠. 브랜드 Immer가 강조하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해요. ‘아이 엠 미’,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r’을 더해 ‘아이엠미어’라고도 부를 수 있는 ‘Immer’는 요즘 ‘내가 원하는 데로 살거야’라는 의미의 ‘FLEX’라는 단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화돼 사전에 올라가는 날도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두 사람의 이 같은 노력은 제품력으로 이어졌다.

향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하고, 보습감은 커야 할 것. 제형은 부드러워야 하고, 여기에 흔히 ‘뒷감’이라고 하는 잔물감이 없어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제품력에서도 기존의 제품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제품력은 곧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아직 정식 출시 전임에도 많은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자신들의 브랜드에 흡수하겠다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한 번은 대형 드럭 스토어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아직 제품이 나오기도 전 이었는데 패키징만 보고서는 독점 런칭 이벤트를 화려하게 해 주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내심 기뻤지만, 아직은 제품이 먼저라는 생각이었어요.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했죠. 당장의 수익보다 고객들과의 소통을 차근차근 해 나가며 마지막 한 순간까지 더 보완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목표를 물었다.

“저희는 스타트업입니다. 계획이 있다면 바로 생존이겠죠. 화장품 시장에도 디지털 마케팅은 보편화됐고 이로인해 시장 진입 역시 굉장히 쉬워졌어요. 퍼모펀스 마케팅에서 비롯된 인플루언서 이벤트 등, 수 많은 제품의 홍수 속에 있는 셈이죠. 모두가 좋다고 말해요. 그래요, 실제로 다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충 만든 제품과 진심을 담아 만든 제품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회사가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주기쁨, a.k.a. ‘DJ 조이’는?

2008년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국내·외 뮤지컬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부에서 이미 OD뮤지컬 연수단원 과정을 마치며 배우생활을 하던 주기쁨은 뮤지컬 ‘그리스’(2005)과, ‘오이디푸스’(2007), ‘이기적인 거인’(2009), ‘코러스라인’(2010), ‘위대한 캐츠비’(2010), ‘오 마이러브’(2013) 등 유수의 작품에서 활약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교단에도 올랐지만 이듬해인 2014년 돌연 클럽 DJ로 전업, 이태원과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활동하며 ‘King Tiger’(2014)를 시작으로 4장의 믹싱앨범을 발매하는 등 DJ로서도 이름을 알렸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World DJFestival)’을 비롯해 수 많은 페스티벌에 출연한 것은 물론, 몇 해 전에는 한 케이블 방송에서 주관한 DJ 서바이벌 프로그램 ‘Headliner’에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싱글앨범 ‘위풍당당’을 통해 댄스가수로 데뷔, 음악방송에 캐스팅 되는 등 방송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