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비하려면 핵무장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거 아나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을 협박할 때 ‘남한이 핵무장을 해도 괜찮겠어?’라고 한다는 걸. 남한이 핵무장하면 일본도 핵무장하는 건 시간문제예요. 그럼 대만도 핵무장하는 거고, 그럼 중국이 원하는 그림인 ‘하나의 중국’은 될 수 없죠. 이렇게 다른 나라는 남한의 핵무장 카드를 이용하는데, 정작 우리는 북핵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 가지잖아요. 짜증을 내거나, 혹은 ‘맨날 싸우고 떠들면서 결국 아무것도 안 한다’고 지겨워하거나. 냉철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지 않아요. 한국이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교 카드 중 하난데도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귓가를 홀리는 그의 입담과 상식은 영화 안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강철비’가 일부에서 북한을 미화했다며 미움을 받았음에도 주저없이 시즌2 제작을 강행한 것도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

“1편과 2편에서 나온 시나리오는 사실 외국에선 이미 다 시뮬레이션한 것들이에요. 우리만 대비를 안 하고 있죠. 강대국 사이 신경전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전쟁에 대한 다각도의 시뮬레이션들이 나오려면 일단 사회가 유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전 ‘강철비’란 집을 짓고, 외국에서 시뮬레이션한 것들을 입힐 수밖에 없었죠. ‘강철비3’를 만약 제작할 수 있다면, 그땐 국산 시뮬레이션을 꼭 입히고 싶어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양우석 감독은 언제나처럼 명쾌하고 유쾌했다. 영화 연출 소감부터 ‘신스틸러’ 신정근, 그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양우석 감독과 일문일답>

-이번 영화에선 북 권력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북엔 양면성이 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하는 모습을 쓰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의 캐릭터로 나눴어요. 평화를 이루려고 하는 북 주민들의 역사를 압축한 게 ‘조선사’(유연석)고, 곽도원에겐 북의 강경파를 맡긴 거죠.”

-1편보다 2편에선 블랙코미디 요소가 더욱 많아진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운명은 원래 알고 있어요. 1/3은 정치 스릴러처럼 보이니 재밌게 만드는 게 숙제였죠. 은유, 직유, 풍자, 해학을 다 써야겠구나! 그래서 가장 강대국인 미국을 블랙코미디처럼 활용했죠.”

-잠수함 액션이 굉장히 놀라웠다는 평이 쏟아졌어요.

“잠수함 장면은 정말 목숨 걸고 만들었어요. 이 영화에 장르적 쾌감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그건 잠수함 액션이었거든요. 특히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시선으로 잠수함 CG효과를 아주 세세하게 검증했죠. ‘밀덕’들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제대로 검증하고 열과 성을 다하지 않으면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요.”

-부함장 역의 신정근 씨가 ‘신스틸러’로 떠올랐어요.

“모든 잠수함물은 함장이 주인공이예요. 이 영화 속 함장은 이미 제거가 됐으니 ‘부함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데, 주인공인 한경재 대통령(정우성)과 밸런스가 안 무너지도록 하는 게 중요했어요. 부함장을 철저하게 테크니션처럼 그리면서도 선원들의 아버지처럼 그리면 그 궁합이 맞겠다 싶었는데, 신정근 씨가 굉장히 연기를 잘해줬어요. 감사할 뿐이죠.”

-영화를 다 만들고 나니, ‘좋은 나라’에 대한 생각이 더 확고해졌겠어요.

“글쎄요. 지금 우린 휴전 상태지, 분단 상태가 아니에요. 평화체제로 가고 싶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게 남북이 다른 나라로 분단이 되어야 해요. 그래야 좋은 사이든, 나쁜 사이든 결론이 날 거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북이 미국과 수교하는 거예요. 한국이 30년 전에 미국과 수교했을 때 북한도 함께 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을 거예요. 이미 평화체제가 됐을 거란 외국 시각도 있고요. 30년 전에 이루지 못한 걸 지금이라도 이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 후대만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