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찬영에게 ‘양지’는 현재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스무살 대학 새내기가 돼 미래를 위한 돌탑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축제나 MT 등 그 시기만 가질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없어 아쉽다는 그다.

“캠퍼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못해본 것 같아 아쉬워요. MT도 꼭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아예 가질 못했죠. 아마도 내년에 코로나19가 수습되면 후배 새내기들과 이 모든 걸 처음 해볼 수 있겠죠?”

윤찬영은 신작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에서도 그와 또래인 19살 ‘준’을 연기했다. 극 중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청춘을 희생당하고 인격을 무시당하는 ‘준’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터였다.

“지난해 제가 19살일 때 이 영화를 촬영했어요. ‘준’과 같은 나이였죠. 저 역시 고3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고, 제 친구들도 그 시기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죠.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어떤 방향의 스무살이 될 지 고민이 될 땐 늘 연기연습에만 매진했어요. 싱숭생숭한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준’의 마음도 이러지 않았을까, 공감이 갔어요.”

윤찬영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스무살이 되는 기대와 ‘젊은이의 양지’로 만난 신수원 감독과 작업기 등을 털어놨다.

■“콜센터 견습생 ‘준’, 콜 놓칠까봐 기저귀 차는 장면 충격이었어요”

연기할 땐 몰랐다. ‘준’의 감정선만 따라가느라 영화가 완성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눈으로 결과물을 확인했을 땐 ‘충격’이었다고 했다.

“촬영할 땐 ‘준’의 마음을 헤아려야하기 때문에 다가가려고만 노력했어요. 콜 수를 채우지 못해 상사한테 혼날 때나,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저귀를 갈아챙기는 것도 그저 연습만 했죠. 연기할 땐 아무렇지 않았어요. ‘당연히 해야하나보다’ 싶었죠. 그런데 시간 지나고 제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니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준’에게 빠져나와보니 극 중 펼쳐지는 ‘어른사회’가 쇼킹하더라고요.”

그 충격적인 사회의 민낯은 해외에도 통했다. 일본 아이치 국제여성영화제 오피셜 셀렉션, 체코 프라하 국제영화제 페스티발 포커스 부분에 초청에 이어 홍콩 국제영화제 글로벌 비전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됐다.

“해외에서도 공감한다는 반응을 듣고 신기했어요. 분명 국경이 다른 사회 상황이고, 실제론 경험하지 못한 콜센터 일상이었을텐데도 좋게 봤다고 하니, 시스템에 대한 공감대는 비슷하구나 싶었죠. 코로나19로 해외영화제를 밟지 못한 건 너무 아쉬워요.”

함께 작업한 신수원 감독과 배우 김호정이 그를 많이 이끌어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신수원 감독은 미소 가득하고 솔직한 사람이에요. 평소엔 친절하다가도 작품을 고민할 땐 정말 진지하죠. 김호정 선배는 확실히 아우라가 있어요. 목소리, 발음, 눈빛이 굉장히 강렬하죠. 그렇다고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정말 털털하거든요. 하하. 그냥 같이 있으면 좋았어요. 에너지가 엄청난 배우인데, 덕분에 저 역시 그 에너지를 받아 연기를 잘 할 수 있었어요.”

■독립을 꿈꾸는 축구팬…“제게 양지는 ‘꿈’ 그 자체예요”

2013년 MBC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한 이후 아역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제 성인이 되니 연기와 도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진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예요. ‘라라랜드’를 본 뒤 어떤 배우가 되어야할까란 질문을 하게 됐어요. 그 영화 안에는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 지금도 연기적 고민이 생길 때 답안지처럼 종종 꺼내보죠. ‘열정’이 그려졌다고나 할까요.”

성인 연기에 대한 욕심을 물었더니,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뭘 꼭 해야지라고 생각해놓은 계획은 없어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웃기기가 쉽진 않은데 지금까지 제대로 보여준 적 없는 연기라 재밌을 것 같아요. 실제로 웃기냐고요? 농담 한 번씩 하면 타율은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하하.”

‘인간 윤찬영’으로서도 꿈꾸는 20대 소망이 있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재밌는 대답이 돌아왔다.

“독립을 하고 싶어요. 혼자 지내면서 밥도 해먹고 집도 꾸며보고 싶고요. 그러면 집에서 연습할 때도 거리낌없이 해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어렵긴 해도, 축구 보러 해외에 나가보고 싶어요. 하하하. 요즘 무관중 게임으로 전환되고 외국 나가기조차 어려워져서 선수들의 경기도 신나보이지가 않더라고요. 선수들이 관중과 함께 세리머니를 신나게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