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지만, 미국 현지 SNS에서 사실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할리우드에선 ‘아시아계’라고 분류할 수 있는 배우들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거나 트로피까지 거머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5일(현지시간)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스티븐 연이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이 맞는다고 전했다.

미국 누리꾼들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주장한 대표적인 배우는 할리우드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율 브리너다.

그는 ‘왕과 나’(1956년), ‘십계’(1956년), ‘황야의 7인’(1960년) 등 과거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였고, ‘왕과 나’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브리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스위스계 러시아인이고, 어머니는 시베리아 동부 몽골계인 부랴트족 혈통을 가진 이르쿠츠크 출신이다.

브리너는 현역 배우 시절 자신의 출신 배경에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 몽골 아버지와 집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몽골 왕자 혈통이라고 주장했으나 그의 아들은 전기에서 허위 정보라고 고백했다.

브리너는 어린 시절 중국, 프랑스를 거쳐 1940년대 미국으로 이주했고 시민권을 받았다. 그러나, 1965년 세금 문제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친할아버지 고향인 스위스로 이주했다.

LAT는 브리너 이런 이력을 들어 그가 딱 들어맞는 아시아계도, 미국인도 아니라고 했다.

아시아계 피가 흐르는 차임 토폴과 벤 킹즐리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LAT는 두 사람 모두 미국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토폴은 러시아 이주민출신 이스라엘인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년)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또 ‘간디’(1982년)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킹즐리는 인도 출신 부친을 둔 영국 배우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스티븐 연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로 이주했다면서 그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팩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