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햇살 덕분에 미얀마의 봄이 빨리 올 것 같아요.”

겨울을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다. 홀로 추위를 감내하는 것, 누군가와 체온을 나누는 것. 어느 쪽을 택하든 봄이 오는 건 분명하다. 다만 겨울이 끝나는 체감상의 시기가 다를 뿐이다. 당신의 계절에 얼른 따뜻함이 깃들길 바라며, 우리는 기꺼이 온도를 건넨다. 최근 뉴스를 보고 있으면 요즘처럼 혹독한 바람이 부는 겨울이 또 있었나 싶다. 그저 자유만을 꿈꾸는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미얀마가 마주한 현실은 상흔으로 얼룩져 있다.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외로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꺼이 세 손가락 꽃을 피운다. 누군가는 음악, 영화, 미술 등으로 세 손가락을 대신한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전한 온도가 미얀마 민중들에게 따뜻함이 되었을까. 스포츠경향에선 조모아(Zaw Moe Aung) 한국미얀마연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대중문화계는 미얀마 국민에 대한 연대의 바람으로 물들었다. 최근 우주명 작곡가의 ‘미얀마를 위한 헌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16일 발표된 ‘미얀마의 봄’과 ‘Everything will be Okey’는 미얀마 국민들의 참상을 담은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KBS2 ‘트롯 전국체전’서 이름을 알린 미얀마 소녀 가수 완이화가 가창자로 나서 현지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완이화의 아버지인 후투와가 미얀마 카렌족의 국민 가수로 유명했어요. 완이화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얀마 국민들에게 큰 귀감이 됐습니다. 완이화 또한 미얀마인으로서 말 못 할 아픔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 아픔들을 이번 헌정곡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공유해줘서 고마웠어요. 현지 팬들은 완이화가 한국에서 자유롭게 가수 생활을 펼칠 수 있도록 늘 응원하고 있어요.”

미얀마를 위해 나선 아티스트에 현지 출신 완이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룹 아이콘의 바비와 가수 남태현, 배우 김의성 등 국내 스타들 또한 세 손가락을 펼치며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에 경의를 표했다. 지난 8일 폐막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선 기자회견을 열어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성명서를 낭독했다.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11명의 아티스트들을 직접 모아 응원곡 ‘Starlight’(별빛)를 작곡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지지가 미얀마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어요. 사실 현지 국민들은 공개적으로 저항을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중문화계의 지지는 엄청난 파동이었어요. 미얀마 내에서도 K-POP 등 한국 문화가 유명하다 보니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미얀마 내에선 저항 의지를 전한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군사 세력에 의해 수배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동참해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한 유명 배우 파잉탁콘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공개 지지를 전한 한국 아티스트들 또한 훗날 미얀마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실정이다.

“도움을 준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추후 미얀마 비자가 거부되는 등 정부의 보복 행위가 일어날까 봐 불안해요. 우리를 지지했다는 이유 만으로요. 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얀마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민주화 운동을 이어나가야죠.”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벌써 일어난 지 100일이 넘었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여전히 세 손가락의 열기가 들끓고 있다. 그 열기를 바탕으로 모두 웃음 지을 날이 오는 게 조모아 대표의 바람이다.

“미얀마 민중들이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쭉 믿고 지지해주길 바라요. 꼭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마음 한쪽에 미얀마의 봄을 기원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한국미얀마연대 책임자로서 앞으로 미얀마 국민을 응원하는 한국 예술인들과 협업하면서 자리를 빛내고 싶습니다. 그들의 노고가 무색하지 않게 우리 국민들도 41년 전 한국의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 끝까지 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