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의 저력은 늘 섭외에서 나왔다. 비록 유재석이라는 정상급 MC가 있지만 ‘유퀴즈’의 재미는 늘 예측할 수 없는 섭외와 독특한 인물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주였다. 과거 코로나19 이전 거리에서 생생한 재미를 길어올리던 ‘유퀴즈’는 코로나19 이후 늘 번뜩이는 섭외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퀴즈’는 이번 주 방송에서 팔도를 누비는 리포터들의 특집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이른바 ‘팔도 정보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런 프로그램에 외주 제작사를 들인다. 하나의 아이템을 처리하기에 전국을 누비는 품이 들고, 또 숱한 비슷한 프로그램 중에서 차별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리포터의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이들이 ‘아이스맨’으로 이름을 알렸던 KBS1 ‘6시 내고향-오! 만보기’의 개그맨 이정용, EBS1 ‘한국기행’의 다리오 조셉 리, TBC ‘싱싱고향별곡’의 한기웅, KBS2 ‘생생정보통-이PD가 간다’의 이PD 등이었다. 이들은 각각의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그 캐릭터를 통해 방송을 하게 된 과정과 길 위에서 만나는 많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훈훈함을 줬다.

정보 프로그램의 ‘팔도 리포터’들이 콘셉트를 가지고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작을 외주 제작사에서 도맡다 보니 이른바 방송용으로 ‘맹숭맹숭한’ 모습으로는 차별성을 기하지 못하게 된 이유다. 외주 제작사에게 몰개성은 즉 퇴출을 의미하며 이는 시청자보다도 방송을 편성하는 방송사 권력의 결정에 달려있다.

다른 에피소드보다 ‘이PD’의 에피소드에서는 이러한 애환이 더욱 많이 비쳐졌다. 연출을 맡고, 촬영까지 해야 하는 PD가 직접 캐릭터가 돼 카메라 앞에 나서야 했던 이유는 그래야 제작비가 덜 들고, 이PD가 말했던 ‘가성비 갑’이 어떤 이유보다 방송사에서 코너를 맡기에는 적절한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PD는 촬영을 하면서 그 스스로 출연을 하는 강행군을 해야 했고, 함께 가는 작가 역시 카메라를 잡아야 했다.

이PD는 막바지 자신이 받았던 사랑과 함께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왈칵 눈물을 지었다. 방송이란 원래 많은 구성원의 노동이 집약된 산업이라고 하지만 한 명의 사람에게 많은 짐을 지워놓고 이를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웃어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방송 스스로가 그 제작 시스템의 밑천이 얕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여파 그리고 갈수록 생겨나는 새로운 미디어의 기세는 가장 먼저 방송의 약자 지역방송, 외주 제작사에 밀려든다. 실제 많은 지역방송들이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외주 제작사 역시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열약한 처지에 있다. ‘유퀴즈’에 나온 이들의 애환을 보면서 이는 자연스러운 애환이 아닌 지금의 방송 시스템 모순이 빚어낸 애환임을 직감하는 이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유퀴즈’가 이렇게라도 그들의 애환을 들었다는 점에서 지난 방송은 큰 의의가 있다. ‘방송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유재석의 말처럼, 그 작품을 빚어내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처우와 존경이 따르는 분위기가 된다면 그들의 신명은 더욱 큰 울림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