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설강화’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22일 출연배우인 블랙핑크 지수 팬덤, 정치인 심상정, 고 박종철·이한열 열사 측까지 ‘설강화 논란’에 가세하며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JTBC의 차기작까지 공산당 미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예견된 논란이었다. 지난 3월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일었다. 민주화운동에 나선 운동권 학생들을 간첩이라는 이미지를 중첩시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그들을 고문하고 시대정신을 외면한 국가 권력을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안기부 미화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주인공의 이름만 바꾸고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갔다. 이에 첫 방송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 이상이 ‘설강화’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21일 창작의 자유를 이유로 방송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작의 자유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창작진은 역사의 상처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가지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드라마 ‘오월의청춘’, 영화 ‘1987’, ‘택시운전사’ 등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있었다. 이들 작품이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이유는 창작진이 역사를 가벼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방송된 ‘오월의청춘’은 ‘설강화’와 마찬가지로 시대극에 로맨스를 더한 작품으로, 5월광주민주화운동을 시대적 배경으로 실존 인물을 연상케하는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었다. ‘오월의청춘’ 제작진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했다고 밝혔고, 작품과 출연 배우 모두 호평을 받았다.

‘설강화’를 단순히 시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봐달라는 제작진의 입장에 많은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외면한 군부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넘어섰다. 시대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로맨스에 집중했다는 제작진의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