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회장 선거 이후 극심한 내홍에 빠진 대한복싱협회가 결국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대한복싱협회 관리단체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협회의 파행을 올해가 끝나기 전에 매듭짓겠다는 체육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협회 스스로 힘으로는 정상적으로 조직 운영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됐을 때, 체육회는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뒤 직접 운영하게 된다.

대한복싱협회는 지난 1월 회장 선거 이후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윤정무(가림종합건설 대표) 당선인을 놓고 복싱인들의 반발이 계속됐다. 반발의 핵심은 윤 당선인이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된 데에는 또 다른 출마 예정자와의 사전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에 이사회 논의를 거쳐 당선 무효를 결정했지만, 법원에서는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윤 당선인은 법원의 결정을 통해 당선인 자격을 회복했지만, 협회 회장으로서 첫발을 내딛지도 못했다. 회장 직무를 수행하려면 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대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계속해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협회의 첫 두 차례 정기 대의원총회가 무산되자 관리단체 지정을 예고했다. 협회는 이후 세 차례 대의원총회 소집 때도 과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윤정무 당선인은 이날 이사회에서 직접 소명에 나서 “내년 1월 20일 대의원총회에서는 과반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며 관리단체 지정 보류를 요청했지만 체육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협회의 임원진은 해임되고, 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단체 운영을 맡게 된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관리단체로 지정된 날로부터 2년 안에 정상화하지 못한 단체는 회원에서 제명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