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올림픽 데뷔 무대는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이다. 하계 올림픽엔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참가하기 시작했지만, 1972년 2월 열린 삿포로 대회까지 이미 두 차례 겨울 올림픽에서 스포츠 외교를 펼친 이후였다.

1964년 인스부르크 올림픽 당시 북한엔 세계적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한필화가 있었다. 한필화는 여자 3000m에서 2위를 차지함으로써 북한에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첫 동계종목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한국보다 28년 앞선 성과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동계 종목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이 쇼트트랙 세계 최강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썰매 종목 등으로 저변을 넓히며 아시아의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는 사이 북한은 퇴보했다. 1992년 알베르빌에서 여자 쇼트트랙의 황옥실이 여자 500m 동메달을 추가한 이후 동계올림픽 메달은 없다.

지난 7일 북한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와 2022 베이징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등에 보낸 공문에서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류행전염병 상황으로 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며 중국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지난 여름 2020 도쿄 올림픽 불참에 징계를 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한국, 미국 등을 포함한 불특정 대상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도쿄 올림픽에 불참함에 따라 IOC로부터 올 연말까지 국제스포츠 대회에 국가차원으로 참여할 수 없는 징계를 받았다. 개인 차원의 올림픽 출전은 가능하도록 길이 열려 있었지만, 자비를 들여 출전해야 하고 지난 시즌 이후 동계 스포츠 무대에서 뛴 선수들이 없다는 점에서도 북한의 불참은 예견돼 왔다.

동계 종목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쿼터를 딸 수 있는 수준에 이른 북한 선수는 사실상 한 명도 없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가 없어 정부 대표단만 러시아에 파견했었고, 2018 평창 올림픽에도 출전 엔트리가 마감된 뒤 참가 의사를 보여 한국 정부와 IOC의 노력으로 선수단이 출전할 수 있었다. 이번 개최국이 중국이라는 점, 그리고 IOC의 와일드카드 부여 등이 변수로 남아 있었지만 결국 북한은 불참을 확정했다.

북한은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1984년 LA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보이콧 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대대적인 남북교류에 나섰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정치적 협상이 무산된 이후 북한의 스포츠 외교는 다시 고립과 퇴보의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