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이 나라 국민인 게 자랑스러워질 것.

이 나라 국민인 게 자랑스러워지는 87분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박근혜 탄핵 비폭력 촛불시위’를 되짚은 영화 ‘나의 촛불’(감독 김의성, 주진우)이 위대한 국민성을 환기시켜준다.

‘나의 촛불’은 2016년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으로 국민을 우롱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시민들의 촛불로 탄핵시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당시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 심상정, 추미애, 김성태, 하태경 등 탄핵 과정에 있었던 의원들, 그리고 손석희, 윤석열, 고영태, 박영석 등 사건을 담당하거나 보도한, 혹은 관련된 이들의 인터뷰도 실리며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만든다.

깔끔하다.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등 불행하고도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던 2016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난 시민들이 왜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김의성, 주진우 감독은 잔재주를 부리는 대신 우직하게 사실 전달에만 집중한다. 뷰파인더 안에 사견을 담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여기에 심상정, 추미애, 박지원, 우상호, 김성태, 하태경, 이혜훈 등 국회의원들이 사건 관련된 비화를 꺼내놓으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칠 때 바로 동의할 수 없었던 이유로 ‘두려웠다’고 답하거나,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각자 입장 차이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에 눈과 귀가 매료된다.

촛불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과 자료 영상은 보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특히 200만 명이 넘는 시민의 촛불로 광화문 광장이 밝아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민심에 압도돼 탄성을 금치 못한다.

대선을 한달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 영화 개봉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다만 훌륭하고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국민이 고생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누구든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다음 달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