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소송 절차에 비해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얻는 절차로 지급명령신청이 있다. 채무자가 대여금, 물품대금, 임대료 등 금전지급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의 일방적 지급명령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약식의 분쟁해결절차이다.

채권자가 지급명령신청을 하면, 법원은 신속하게 신청서면으로만 심리한 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바로 지급명령 결정을 하고, 그 지급명령 결정 정본을 채무자에게 송달한다. 그리고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 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하지 아니하면 그 지급명령은 확정되는데,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는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하여 채무자 재산에 대해 바로 강제집행 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채무자가 채무의 존부나 그 범위에 다툼이 있어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한다면 지급명령신청 절차는 일반 민사소송 절차로 전환된다.

그런데 지급명령 결정을 송달 받은 후 깜빡하고 이의신청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이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서 지급명령이 확정되더라도, 채무자는 불복하여 그 부당성을 다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조정과는 달리 기판력이 없다. 기판력이란 소송사건에 관한 재판이 확정되면, 그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다른 법원도 다시 그것과 어긋나는 판단을 할 수 없으며, 당사자도 그것과 반대되는 주장을 할 수 없게 하는 효력을 말한다. 간이한 절차를 거쳐 발령되는 지급명령에 기판력을 인정할 경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급명령이 확정되더라도, 채무자는 불복하여 지급명령확정 전에 생긴 사유(청구권의 불성립이나 소멸)를 원인으로 하여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로써 강제집행을 당할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 청구이의 소에서는 채무자는 원고가 되어서 채권의 장애 또는 소멸사유를 증명하여야 하고, 채권자는 반대로 채권의 발생원인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더라도, 채권자가 이미 진행한 강제집행의 개시·속행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강제집행을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별도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야 한다.

참고로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 소액사건심판법 상의 확정된 이행권고결정도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급명령과 동일하게 공정증서 작성 전, 이행권고결정 전에 발생한 사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어떠한 소송 절차라도 기간 확인이 중요하고, 당사자는 가능하면 정해진 기한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간을 놓칠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여 절차와 내용을 확인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