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전력을 자랑한다고 해도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 그러나 프로농구 서울 SK는 올 시즌 단 한 번밖에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학습 효과를 통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주전들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벤치 멤버의 활약이 따라줬기 때문. 시즌 막판 핵심 전력인 김선형와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SK는 여전히 강했다. 지난 9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패배 이후 연패 위기가 찾아왔지만 공·수의 짜임새를 앞세워 이를 넘겼다.

SK가 11일 홈 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경기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97-86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36승10패가 된 SK는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또 올 시즌 한국가스공사와의 6차례 만남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천적’임을 입증했다.

SK의 안영준은 이날 3점슛 6개를 포함해 22점을 넣어 지난 1월 11일 창원 LG전부터 1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는 15점·15리바운드로 세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뒤늦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이날 SK전은 지난달 15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 이후 24일 만에 치른 실전이었다.

1쿼터 초반 약 3분 30초 동안 SK를 무득점으로 묶고 이대헌과 전현우를 앞세워 12-0으로 달아날 때만 해도 한국가스공사의 페이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시 시작했다.

1쿼터 도중 주전들을 불러들이고 벤치 멤버를 대거 투입시킨 SK가 강력한 수비와 리바운드를 바탕으로 곧바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5-14로 뒤진 상황에서 SK의 이현석이 3점슛 1개를 포함, 연속 9득점을 올려 14-16까지 쫓아간 뒤 쿼터 종료 1분 14초를 남기고는 허일영의 득점으로 첫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최부경의 역전 득점과 최원혁의 3점포를 묶어 전반을 21-16으로 SK가 앞선 채 끝냈다.

2쿼터 역시 SK가 우세한 흐름을 가져갔다. 이번엔 안영준과 최준용 등 주전들이 힘을 냈다. 쿼터 막판 허일영의 3점슛이 터지자 스코어는 40-30, 10점 차까지 벌어졌다. SK가 전반을 42-33으로 앞섰다. 3쿼터에도 SK의 질주가 계속됐다. 쿼터 종료 3분여를 남겨놓고 안영준의 3점포가 터지자 스코어는 65-50, 15점 차까지 벌어졌다. 4쿼터 중반 한국가스공사의 추격이 시작됐지만 SK가 침착하게 응수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대헌(18점)과 홍경기(16점·3점슛 4개)가 분전했지만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린 앤드류 니콜슨이 8점·8리바운드에 그쳤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안양 KGC가 나란히 21점씩 올린 오세근과 전성현을 앞세워 삼성을 100-80으로 눌렀다. 25승18패가 된 4위 KGC는 3위 현대모비스와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