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이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이후 줄곧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20년이라고 하니 엄청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처음 무대에 선 기억부터 데뷔작, 제게 큰 사랑을 안겨준 신원호 감독 작품들도 생각나네요.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만약 더 이상 작품을 못 찍는다고 했을 때 ‘여한이 없니’라고 스스로 질문한다면 아쉬울 것 같아요. 10년 뒤, 누군가 다시 이 질문을 해줬을 때 ‘이젠 여한이 없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작품들과 해외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유연석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을 내놓는 기분과 배우 올가 쿠릴렌코 등 해외 스태프들과 발 맞춘 소감 등을 털어놨다.

■“올가 쿠릴렌토의 배려심, 세계적인 배우는 다르더라고요”

그는 극 중 형사 박진호 역을 맡아 ‘알리스 로네’ 역의 올가 쿠릴렌코와 호흡을 맞춘다.

“올가와 드니 감독이 한국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팀이 한국에서 영화 작업을 한다는 것에 끌렸죠. 제가 나갈 수 없으니 그들과 함께 더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죠.”

올가 쿠릴렌코와 작업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가와는 주로 영어로 소통했는데요. 가끔 프랑스 통역 스태프를 통해 이야기 나눴기 때문에 언어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만 세계적인 배우라 저도 낯설었고, 어떻게 다가가야하나 걱정도 했는데요. 올가가 오히려 더 친근하게 절 맞아주더라고요. 왜 이 배우가 세계적으로 여러 작업을 활발하게 하는지를 너무 잘 알 것 같았어요. 다양한 경험이 있는 배우라서 소통하는 데에도 굉장히 유연했고요. 올가가 배우들,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저런 면모가 글로벌한 배우가 가져야할 모습이 아닌가’라고 느꼈고, 많이 배우기도 했죠.”

외국 감독과 작업하며 시야도 더 넓게 트였다는 그다.

“한국의 문화나 공간, 음식들을 굉장히 새롭게 보더라고요. 동작대교에서 한강을 바라보는데 ‘야경이 참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익숙해져서 잘 몰랐구나 싶었어요.”

■“‘응사’ 정우·손호준과 동시기 각각 개봉, 다 잘 됐으면”

그는 tvN ‘응답하라 1994’에서 함께 호흡 맞췄던 정우, 손호준도 각자 개봉작을 그와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것에 신기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개봉에 대해서 따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각자 영화를 개봉하니 반갑더라고요. 코로나19 시기라 많은 사람이 극장 찾는 걸 주저했지만, 주말부터는 인원제한이나 거리두기가 조금 더 완화된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들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택해줬으면 좋겠어요. 하하.”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 1994’ 등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따뜻한 심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에게 이런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제가 따뜻한 인물에 끌린다기 보다는 주변에서 그런 제안들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신원호 감독이 워낙 따뜻한 모습으로 절 잘 그려준 덕분인 것 같아요. 제 이미지에 그런 모습들도 있는 모양이죠. 그래서 영화로 넘어올 땐 ‘강철비’ 같은 작품처럼 다른 색의 인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앞으로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할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 작품이 그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요.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하면서 정말 재밌었거든요. 언어와 국적, 장비나 먹는 음식도 다르지만 영화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고요. 재밌기도 했어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짜릿하고 즐거웠던 작업이라 앞으로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