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5년 묵어도 좋은 이야기는 ‘빛’난다.

좋은 이야기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 묵혔어도 꺼낸 순간 빛이 난다. 지난 2017년 크랭크업한 이후 5년 만에 공개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가 또 보고 싶은 이유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 고창석 등 연기파 배우들과 성유빈, 노정의 등 젊은 피들이 뭉쳐 111분 알찬 필름을 완성한다.

깊고 탄탄하다. 5년이 흘렀지만 빛바랜 구석이 전혀 없다.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연되는 일본 원작 연극을 바탕으로 한 터라 이야기엔 흔들림이 없고 그 흡인력도 대단하다. 메가폰은 보는 이가 단 한순간도 놓치지 못하도록 캐릭터, 전개, 속도감까지 치밀하게 설계한다. 관객과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학교폭력’ 소재에 국제중학교 내 사회적 계급 문제까지 얹으며 생각해볼만한 화두들이 풍성하게 넘쳐난다. 변호사, 병원장, 은퇴한 치안감 등 직업만으로도 전사를 짚을 수 있는 캐릭터들을 곳곳에 배치해 불꽃 튀는 갈등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잘 쓴 시나리오와 깔끔한 메가폰이 만났으니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 균형감도 적절하게 유지한다. 누구 하나 더 튀거나 덜 보이지 않고, 배우들 역시 캐릭터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설경구는 특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입었다. 극 안에서 여러번의 변주를 줄 수 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그도, 보고 있는 우리도 즐겁다.

오달수, 천우희, 문소리, 고창석 등 배우들의 배치도 알맞다. 분량 상관없이 모두들 자신만의 무게감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성유빈, 유재상, 정유안, 박진우, 정택현, 노정의 등 아역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다만 학교폭력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묘사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물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모두가 확인하고 생각해볼 만한 작품임엔 틀림없다.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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