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그리고 영화행정가로서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성장에 기틀을 만들었던 배우 강수연이 세상을 떠난 지 이틀이 됐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열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역부터 시작해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문화행정가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도 맡았던 강수연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애도했다.

1991년 영화 ‘경마장 가는 길’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문성근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김규리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인과 조우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저희에게, 제에겐 등대 같은 분이셨습니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라며 애도했다.

1993년 영화 ‘웨스턴 애비뉴’를 함께 한 배우 정보석은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전했고, 2007년 드라마 ‘문희’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승연은 “언제나 당당하고, 언제나 멋지고, 언제나 아름다웠던 전설의 여배우”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2001년 강수연의 드라마 대표작이 된 ‘여인천하’에 함께 출연했던 안연홍은 “저처럼 새카만 후배도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셨던 언니, 언니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건 언제나 저의 자랑거리 중 제일 첫 번째였습니다”라고 썼다. 이상아는 “아역 때부터 활동한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주려 했던 언니”라고 고인을 기억했고, 방송인 홍석천은 “‘석천아 누난 네 그대로가 참 좋다’ 그 응원이 내겐 큰 힘이 됐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단골집 주인에게 들었다면서 고인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그녀가 종종 술을 마시던 식당이 장마로 물이 차 보일러가 고장 나 주인이 넋을 놓고 있었는데, 강수연 그녀가 들어와 연유를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비 600만원을 헌사했다. 듣기론 그녀도 당시 넉넉지 않은 사정에 온 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는데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라고 적었다.

고인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전날 빈소를 찾은데 이어 자신의 SNS에도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 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애도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 배우 박정자, 김의성 등이 조문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 문소리, 예지원, 한지일, 엄지원 등이 찾았다. 또한 각계각층에서 보낸 조화도 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전도연, 강동원, 마동석, 김희선, 엄앵란 등이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들었던 1986년작 영화 ‘씨받이’의 연출자 임권택 감독도 굳은 표정으로 배우자 채령씨의 부축을 받으며 전날에 이어 이틀째 빈소를 찾았다. 임 감독은 2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킨 후 장례식장을 나섰다.

임 감독은 “(강수연은)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그 많은 세월을 일했음에도 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장을 주거나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제 입장에서는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정오 쯤 빈소를 나서면서 “몇 달 전에 (고인을)뵀었는데 너무 실감이 안 난다”며 “영정사진을 보면 영화 소품 같다”고 믿기지 않는 심경을 전했다.

고인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나이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한 후 5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이자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며 한국영화와 함께 해왔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후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지난 7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재직 당시 함께 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장례위원회는 곧 장지나 발인시각 등을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