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이나 PC를 활용한 불법 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하 형정원)에 따르면 2020년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20.2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륜·경정, 스포츠토토, 경마, 카지노 등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전체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불법 도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1차적으로 개인이나 합법 사행산업 시장이지만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국가 곳간에도 고스란히 손해를 끼친다.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인한 조세포탈로 지하경제로 스며드는 금액은 5년간 약 30조원(형정원 추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불법 스포츠도박만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 불법 도박시장 전체를 대입할 경우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도박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 모바일의 발달로 불법베팅 비즈니스가 글로벌화 되고 있다. 한 나라에서 국지적으로 행해지는 현금에서 PC와 모바일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또 고객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쉽고 짜릿하게 ‘대박’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불법베팅 비즈니스가 성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합법베팅 시장보다 높은 환급률과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고객 신용도에 따라 외상 베팅을 하는 등 고객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베팅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 불법 스포츠도박은 종목제한 없이 다양한 곳에 베팅이 가능하고 총량 규제나 구매 제한도 없는데다 환급률도 90% 이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불법베팅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불법 도박시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정부의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불법 도박시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합법시장을 규제하면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합법시장의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5년‘바다이야기’사건의 계기로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불법도박 문제로부터 탄생한 조직임에도 불법도박 단속보다는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기에 단속권한 부재로 사감위의 역할인 불법도박을 단속하는 역량은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불법도박의 수사는 경찰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형사사건을 관할하는 경찰이 불법도박 문제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며 불법도박 수사는 장기간 집중적으로 실시돼야 근절효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도 경찰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불법도박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설립된 사감위가 직접 불법도박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단속권한(특별사법경찰권)과 인력·자원 확충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합법 사행산업 규제기관에서 불법도박 전문 대응기관으로 사감위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겠다.

또한 최근 복권위원회에서 운영하는‘파워볼’방식과 동일한‘외국 파워볼’불법도박 게임기계가 민간에 퍼져 문제가 되고 있으나 사감위는 올해 파워볼 종목이 포함된 복권류의 매출총량을 전년대비 26%나 상향했다.

불법시장에서 유행하는 사행종목의 총량이 높아질 경우 자연스레 이를 접하거나 과몰입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환급률이 높은 불법시장으로 이전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정책이 결국 불법도박으로의 진입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감위가 불법도박 대응보다 합법산업의 규제 등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앞으로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합법산업을 규제할 경우 불법도박에 미칠 연계성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검토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총괄본부 관계자는“이 상태로는 합법 사행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사행산업의 주도권이 불법시장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며 “불법시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합법시장을 넓혀주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스포츠 베팅 선진국들은 규제를 과감히 풀면서 스포츠도박의 양성화와 건전화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불법도박은 틀어쥐고 합법산업은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합법베팅 시장을 살릴 것인가, 팔짱만 끼고 지켜보는 미온적 대응으로 불법시장에 점령당할 것인가. 시간은 우리에게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