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나는 마음이 너무 예쁘지만 자기 표현이 조금 서툰 아이들을 만났다. 그 ‘천사’들과 9개월을 함께하면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에게 ‘나답게 쌤!’ 하며 안기던 3학년 아동 김믿음(가명)이 있다. 믿음이는 다른 친구들과 대화나 의사소통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동이었다. 인지·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이 힘들었다. 국어 이해력은 있으나 문제를 읽지 않아 문제 풀이는 전혀 안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레고 놀이만 했다.

이 아동과 함께 수업을 하는 건 나에게 너무나 큰 숙제였다.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에서 지원되는 기본교재만으로 아동의 수업을 이끌기 어려울 뿐 아니라 50분의 수업이 가능할지도 나에게는 의문이었다. 아동과의 대화를 통해 아동의 현재 상태와 심리상태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믿음이와의 대화는 불가능 그 자체였다. 공부도 하지 않으려 했다.

기초학력 테스트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연산 덧셈과 뺄셈 한두 문제 풀면, 바로 문제지에 다른 그림을 그리고 하지 않는다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레고를 가지고 놀려고 했다. 우선 믿음이와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일 같은 시간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책을 펴 놓고 믿음이가 좋아하는 쌀보리 게임을 해 가며, 조금씩 수업시간을 늘렸다.

믿음이에게 조바심 내지 않고 매일 만나면서 수업시간도 조금씩 늘려가게 되고, 정서 수업도 함께 진행을 했다. 다행히 믿음이가 요리 수업을 좋아해 요리 수업을 진행할 때는 다른 아동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도 가능했다.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도 직접 참여하고, 오븐에서 쿠키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수업이 끝날 때까지 참여했다. 다음 수업이 또 기다려진다고도 했다.

현재 믿음이는 그동안의 인지·학습 수업을 통해 두 자릿수 곱셈식을 배워가며 연산 공부가 가능하게 됐고, 정서·사회성 수업을 통해 감정카드 놀이도 하면서 자신의 감정 카드를 찾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또한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해져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담임 선생님이나 도우미 선생님과 친구·가족·친척들 이름과 주말에 다니는 교회 등 다양한 경험을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얼마 전 기초학습 수준 테스트에서는 문제를 읽은 후 답을 적는 등 눈에 띄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센터 내 다른 아이들과 다툼도 없어지고, 함께 웃는 일이 많아졌다.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인지력이 조금 낮아 의기소침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니 자신감도 부족해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으니 점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려 하지 않고 숨어들게 하는 아이들에게 온전히 자신의 편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걸 나답게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됐다.

내가 만난 천사들에게 내가 해준 건 아주 작은 응원과 지지였는데, 천사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조금은 뿌듯해지고, 내년에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더 큰 기억을 만들어 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