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상 피해도 컸다. 며칠이 지나도 지하에서 물을 못 빼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적 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지하에 위치한 소호 사무실을 빌려 사업을 하고 하고 있는데, 폭우에 사무실이 침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히 풍수해보험을 들어놓은 것도 없고 임대인이나 관리단은 얼굴도 안 보인단다. 절망적인 상황.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니 소호 사무실 관리인은 침수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임차인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건물관리인은 건물 주출입구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그 출입구를 통해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소호 사무실은 지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축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신축 건물에는 관리단이 있었는데,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임차인들에게 미리 연락만 하였더라도 고가의 장비나 재고를 옮길 수 있었을 텐데, 열린 주 출입문만 잘 닫았어도 물이 그 정도로 콸콸 들어오지는 못하였을 텐데 말이다.

폭우 예보에 일상적인 대비만 해 놓은 옆 건물들의 지하와는 상황이 완전 딴판이었다. 문을 잘 닫아놓고 들어오는 물을 쓸어내는 정도의 업무라도 한 곳들은 침수가 많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임차인은 누구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관리인과 소호 사무실 측에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고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손해액 전부를 받지는 못할지라도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주 출입문을 열어놓고도 관리하지 않은 정도의 과실은 중대한 과실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소호 사무실 측은 자신들이 침수 상황을 알고도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아 손해를 확대한 부분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집중호우가 올 것을 알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지방자치단체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 비가 올 것을 알면서도 건물 주변에 도로 공사 등을 강행하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물이 건물로 들어왔다는 식의 책임을 물릴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대법원은 “집중호우시 침수될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그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소속 공무원이 침수의 방지 등 재해 상황에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시행하지 아니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책임을 지우려는 사람의 고의나 과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손실이 생겨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배상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피해 없이 늦장마가 지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