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하나둘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문득 시(詩)가 떠오른 계절이다. 이 즈음 손에 쥐기 딱 좋은 시집 한 권이 있다. 올해 ‘이육사 시문학상’을 받은 ‘설운 일 덜 생각하고’(문동만 지음 / 아시아)다.

어쩌면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한 곳이다. 누구라도 닥쳐오는 슬픔을 피해 갈 도리가 없다. 슬픔을 온전히 다 겪어야 하고, 서러운 마음을 어쩌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설운 일 덜 생각’하며 풋콩처럼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다져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설운 일 덜 생각하고’에 대해 시인 나희덕은 “둥근 두레밥상에 놓인 따뜻한 고봉밥 같다”며 “옛집에 돌아가 설움도 고통도 잠시 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억의 식솔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문동만)가 정성껏 차려낸 두레밥상에서 어머니의 콩으로 지은 밥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나면, 설운 일 덜 생각하며 풋콩처럼 살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