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규칙으로 운영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살기 때문에, 규칙이 없으면 약육강식의 시대가 열린다. 구성원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영미권에서는 규칙을 코드(Code)라고 한다. 국회는 법률이라는 코드를, 지방의회는 조례라는 코드를 생산한다. 정부기관은 고시, 훈령 등을 반포한다. 그렇게 생산된 코드 안에서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고, 기관은 산업을 육성한다. 코드를 모르면 사업의 기회도 사라지고, 행정의 기본도 무너진다.

코딧(대표 정지은)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법, 규제, 정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판단을 돕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협회,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과 같이 법률, 정책의 변화에 의해서 사업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기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듬어서’ 제공한다.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지은 대표는 외교부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정대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유네스코를 거쳐 OECD 본부에서 정책분석가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35개 OECD국가의 정책을 분석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정부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고, 블룸버그 거버먼트, 피스컬노트 등 ‘정부 데이터 기반의 혁신정보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한국도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이 서로 다른 채널로 공지되고 있었고, 이를 사업기회로 본 정대표는 2020년 법안·정책 분석 플랫폼 ‘코딧’을 창업했다.

코딧을 이용하면 자사와 경쟁사 그리고 산업계와 관련된 법안, 이슈, 국회 상임위 회의 주요 내용

등을 담은 맞춤형 플랫폼과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법안의 접수, 국회 상임위원회 계류여부, 소위원회 심사, 본회의 심의, 법안 시행 등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관련한 정책과 법안들이 의사회의록의 어느 부분에서 논의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 코딧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점점 복잡해지는 산업규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법안의 주요 키워드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매칭해서 추출해주며, 유사 법안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슈와 관련된 뉴스가 무엇이 있는지 제공한다. 기관의 대외협력팀, 법무팀 담당자 등 ‘대관업무’를 하고있는 실무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기간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우리 분야에 대해서 어떤 의원이 어떤 말을 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야 이해관계의 조율이 가능한데, 코딧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화 된 서비스는 1,000개 이상의 고객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맞춤형 정보를 원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유료고객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유니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지자체, 협회 등도 코딧을 이용하고 있다.

기술기반 스타트업 답게 1년 만에 5개의 특허권도 선점했다. 1)인공지능 학습 기반의 규제 법령에 대한 정보 제공 서비스 장치 및 방법 2) 의안정보제공방법 및 시스템 3)크라우드소싱 기반의 의안정보 업데이트 방법 및 시스템 4)사용자 맞춤형 의회 회의록 정보 제공 방법 등의 특허도 사전에 미리 확보한 상황이다. 자체적인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국회, 정부, 지자체에서 만든 지난 20년간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현재는 매달 10만건의 데이터가 추가되고 있다. 코딧은 자체보유한 5,000만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자동화 된 ‘규제영향 분석기능’을 개발중이다. 제약, 바이오, 모빌리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가상자산, 유통 등 산업별, 이슈별로 규제 영향을 파악할 수 있게된다.

우리사회의 코드를 만들고, 실행하고, 해석하는 것이 정치, 행정, 사법이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코드들이 생기고 수정되고 적용되어 우리의 이해관계를 바꾼다. 코딧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되길 기원해본다.

■엄정한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프로그래밍 및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20대 초반부터 세 번의 창업을 하였으며 현재 약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및 기술창업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BLT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로 재직 중이다. 20여 회 이상의 엔젤투자를 진행한 활동을 토대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인 ‘컴퍼니비’를 창업해 역량있는 스타트업들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4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저서로 ‘특허로 경영하라’, ‘기술창업 36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