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은 정치적 이슈와 스포츠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두팀 간의 A매치 사상 첫 대결이라는 점을 떠나, 경기 외적인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잉글랜드는 꾸준히 문제제기되고 있는 카타르 내 이주 노동자에 대한 처우, 성 소수자에 대한 형사 처벌 등 인권탄압 논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경기 전 무릎 꿇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를 앞두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공언했던대로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원래 잉글랜드는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위스, 웨일스 등 6개국과 함께 주장이 성 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뜻의 ‘무지개 완장’도 차려고 했으나 FIFA가 완장을 찰 경우 옐로카드를 주겠다는 엄포에 한 발 물러나 국제축구연맹(FIFA)가 준비한 ‘차별 반대’ 완장을 차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란 선수들은 국가 제창 때 단 한 명의 선수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았다. 자국 내 반정부 시위로 고통받는 국민들에 대한 지지 뜻이 녹아 있었다. 이란에서는 올해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이란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제창이 끝난 뒤 이란 선수 전원이 벤치 근처에 모여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며 전의를 다졌다.

경기는 잉글랜드의 6-2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양 팀 감독들에게 쏟아진 질문은 경기 보다 축구 외적인 것들이 더 많았다. 이에 대처하는 양 팀 사령탑의 자세 또한 달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선 화부터 냈다. 경기가 끝나고 일부 이란 서포터들이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우린 우리만의 의견을 갖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그것들을 표출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당장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하길 원한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뛰고, 국민들을 위해 뛰는 단 하나의 꿈을 갖고 있다. 난 그들이 계속 일어나 싸우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결은 케이로스 감독과 같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리는 말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단지 경기에 집중하고, 훈련에 집중하고, 선수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지지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감독 모두 축구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메시지, 그리고 정치적 이슈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진솔하게 얘기해 공감을 줬다. 이번 대회 내내 정치적 이슈는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수많은 감독, 선수들의 답변 또한 이슈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축구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이들이 물러서지 않고 맞설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