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동개혁’이라고 하고, 노동계는 ‘노동개악’이라고 한다.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주도해서 꾸린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권고문을 놓고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권고문의 내용은 크게 주52 시간제 및 임금체계 개편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노동부는 권고한 내용을 대폭 수용해 정부안을 확정할 예정인 데다 윤 대통령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직접 화두로 올려 추진 의지를 강조함에 따라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권고문은 1953년 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방대한 내용으로 짜였다.

이중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임금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는 방안, 그리고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임금제도를 두루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연구회는 “노동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라”며 최저임금, 주휴수당,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데, 최저 임금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률 5.0%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반영한 것으로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 2.7%, 4.5%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2.2%를 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단순한 덧셈·뺄셈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이 굳이 필요하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정해진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주어지는 유급휴일 수당으로, 근로기준법 제55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 치 임금이 주휴수당으로, 하루 3시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휴일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 치 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연구회는 이 주휴수당을 두고 “근로시간과 임금 산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연구회는 근로자 파견, 파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 관리, 통·번역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며 파견이 허용된 업종이라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기간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파업 때 다른 근로자를 대신 투입하는 대체근로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파업과 관련해 경영계가 그간 강하게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현행 ‘주 52 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연구회는 이 같은 ‘주’ 단위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될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장시간 근로’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노동계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내놓은 권고문에 대해 그저 정부와 경영계의 입맛만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저임금 체계를 부추길 뿐이라며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