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

‘마켓컬리’를 통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컬리가 결국 상장을 미뤘다. 기업가치가 고점 대비 25% 수준으로 폭락한 시점에서의 연기 선언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상장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이를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 다르면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이내 상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6개월 기한을 넘길 경우에는 상장예비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비심사 과정에서부터 지속적인 적자는 물론 상장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지분 구조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이 컸다.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상장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컬리의 몸값은 한 때 8조원대 까지 거론될 정도로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기업이었다. 실제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는 비교적 고가인 11만2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컬리의 적자 규모는 2018년 337억원에서 시작해 2019년에는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무려 2177억원까지 커졌다.

컬리의 누적 가입 고객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이 커짐에도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지는 이유는 컬리의 주력 사업 구조 때문이다. ‘샛별배송’을 표방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는 비용 자체가 많이 드는데다, 폐기율 또한 높다. 실제로 컬리 매출의 90% 가까이는 원재료와 운송비, 포장비 등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태생적인 서비스 구조의 한계가 이 같은 적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약 8개월만에 비상장주식 주가 역시 고점 대비 30% 수준으로 폭락했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보유 지분율 역시 5.75%에 불과하다. 무리한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컬리는 상장 연기 이유가 외부요인에 있다고 주장했다.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미 컬리의 상장 철회 가능성을 점쳐왔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면서 “(컬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식품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대하고는 있지만 시장의 기대 수준과 현재 컬리의 실제 가치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