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학교, 동호회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주변 사람들의 대처가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내가 아는 이라하여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말이 도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가해자 편에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평가해버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2차 가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피해근로자에게 파면, 해임, 해고 등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징계, 정직, 감봉 등 부당한 인사 조처,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처, 임금, 상여금 등의 차별지급, 교육 훈련 기회의 제한,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 등의 행위를 하거나 행위를 방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다고 규정한다. 즉,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하여서는 사건 이전과 같이 대우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서는 2차 피해에 대하여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 그 밖에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도 포함한다)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처가 될 수 있는데, 회사나 학교에서는 사건의 신고를 받는 관리자가 사건의 접수 또는 조사 내용을 유포하거나, 조사 시 부적절한 질문이나 태도를 보이는 행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행위, 가해자를 옹호하는 의견이나 행위, 가해자와의 화해나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 등을 하면 모두 2차 가해이다.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거나, 피해자의 신원을 유포하는 행위,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원하지 않는데도 연락하거나 찾아가서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 또한 2차 가해이다. 동료나 구성원들이 도와준다면서 피해자에게 합의를 권하는 행위도 당연히 2차 가해이며, 피해자의 외모나 품행, 사생활에 대한 험담 또한 모두 해서는 안 된다.

‘남녀고용평등법’ 상 2차 가해를 한 자에 대하여서는 처벌할 수 있다. 제37조 제2항에서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보았다면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 인자에 추가했는데,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양형 인자로 고려했지만, 수정안은 ‘합의와 무관하게’로 범위를 넓히고 명칭을 ‘2차 피해 야기’로 바꿨다.

다른 유형의 2차 가해는 명예훼손, 모욕으로 처벌될 수 있고,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가서 합의를 종용한다면 주거침입, 협박으로 처벌될 수 있다. 피해자는 사건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데 상처가 아물도록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후벼파는 일은 엄중하게 처벌된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가해자의 편에 서지 말고 피해자의 편에 당연히 서야 하는데, 유독 성폭력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편에 서는 이들이 많다. 잘못된 판단으로 새로운 죄를 짓거나 있던 죄를 무겁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