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글로벌화에 따라 ‘저작권’ 문제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글로벌 OTT플랫폼들과 제작사, 저작권자 사이 불공평한 계약은 물론 나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저작권료 국외송금까지 구멍이 숭숭 뚫린 저작권법 개정안을 요구하며, 영상저작자의 정당한 보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DGK(한국영화감독조합)와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영상저작자의 정당한 보상!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진행됐다. 윤제균, 김한민, 임순례, 장항준, 홍성은, 김홍준 감독 및 김은희 작가,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등이 참석해 저작권법 개정안의 필요성과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방향에 논의하고, 그리고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을 포함해 다수 감독들이 처음으로 국외 송금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이날 DGK 윤제균 회장은 “500명이 넘는 DGK 소속 감독 평균 연봉은 1800만 원, 시나리오 작가 평균 연봉은 1000만 원이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라며 “흥행에 대한 금액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라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는 거다. 이미 유럽, 남미 등 국가에서 작가와 감독한테 조금씩이라도 나눠주는데, 문화강국이 된 우리나라도 시대에 맞게, 세계 변화에 맞게 법이 따라갈 수 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저작권법 핵심은 ‘창작에 대한 저작권 인정과 부가판권 인정’이다.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양윤호 이사장은 “원계약을 넘어서는 추가보상안을 요구하는 게 아니고 원 계약을 이행한 저작권자로서 인정을 원하는 것”이라며 “한류 발전엔 여러 제반 환경적 변화와 노력이 있었지만, 밑바탕의 창작자 권리보호가 가장 큰 힘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이번 개정안으로 그 꽃을 피우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당한 보상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정당한 보상 제도’란 영상물 연출자, 각본가 등 주요 저작자가 제작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 영상물 최종공급자(방송국, OTT, 디지털 플랫폼 등)가 저작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음악 창작자는 전세계가 통합된 저작권 시장 형성으로 이와 비슷한 구조의 보상 체계가 세워져있지만, 영상 창작자가 보상을 받는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개정안 지지선언과 함께 해외 영상물 저작보상금 관리단체인 스페인의 DAMA(Derechos de Autor de Medios Audiovisuales)와 아르헨티나의 DAC(Directores Argentinos Cinematográficos)로부터 송금받은 저작권료 전달식도 진행됐다. 스페인 측에서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넷플릭스, 아이튠즈, 파라마운트 채널 등을 통해 거둔 2억426만5239원, 아르헨티나에선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넷플릭스를 통해 받은 6460만6513원의 저작권료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기억의 밤’의 장항준, ‘명량’ 김한민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혼자 사는 사람들’의 홍성은 감독 등을 포함한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에 대한 댓가를 받게 됐다.

황동혁 감독은 “작품 계약서를 쓸 때 모든 권리를 (제작사에)넘긴다고 돼 있다.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것에 사인을 하기 때문에, 감히 한 개인으로서 그걸 깰 수는 없었다. 모두 그래야 되는 당연한 불문율로 받아들였다”며 “이런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려면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좋은 창작자들이 나오며 건전한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