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역사를 흔들 일대의 변화를 앞두고 가요계 파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SM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의 ‘SM 3.0’ 발표로 시작된 SM의 경영권 다툼이 가요계 ‘탑티어’들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현 SM 경영진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을 골자로 하는 세대교체를 알리며 카카오에 SM 지분 9.05%를 발행했고,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은 급히 귀국해 하이브에 지분의 14.8%를 넘겼다. SM의 내분을 넘어 엔터계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카카오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팝 정점에 선 하이브의 대결 구도가 된 것이다.

현 경연진은 하이브의 SM 인수를 두고 “적대적 M&A”라고 반발 의사를 비쳤지만, 하이브의 최대 주주 등극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수만과 매매 계약 체결을 공시한 데 이어 소액주주들의 보통주(25%)의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전량 성공시 하이브는 SM의 39.8%를 보유하게 되고, 기존에도 업계 1위(시총 8조2665억원)였던 이들은 범접불가한 거대 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인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융합대학원 박선민 초빙교수는 “단순히 SM의 지분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대중 음악계 동향을 바꿔버릴 이슈”라며 현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거 하이브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이수만이 이번엔 그 손을 덥썩 잡으면서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빅히트가 하이브로 사명을 바꾸며 K팝 시장의 거대화를 알린 것보다 더 큰 변화”라며 “현 K팝 시장과 달리, 가요계에 삼성 같은 그룹이 생기면서 독식 구조를 갖게 됐다. 이전까지 전력이 비슷한 그룹들의 경쟁 구도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공룡 그룹’과 하위 그룹들의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런 변화가 ‘파워’로 작용할지 ‘약점’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하나의 기업을 밀어줌으로써 더 크게 위상을 떨칠 수도 있지만 다양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산업적으로도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 음악계도 자본 싸움이 됐는데, 거대한 수익 구조가 하이브 내부에서 왔다갔다 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가요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되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SM을 중심에 두고 대대적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K팝의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K팝이 세계적인 ‘자본 시장’에서 큰 부분으로 성장한 거다. 하이브도 카카오도 글로벌 자본의 투자를 받고 있다. 과거 내수 시장만을 봤던 때라면 이렇게 큰 자본들이 달려들지 않았을 텐데, K팝 시장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 그리고 더 넓은 시장도 장악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 상황을 단순히 기업적, 경제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K팝 생태계 변화에 주목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K팝은 여러 형태로 ‘몸 바꾸기’를 하며 생존해왔다. 초창기 SM을 비롯한 기획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대형 기획사로 성장했고, 빅히트는 하이브로 거듭나며 K팝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렸다”며 “하이브의 SM 인수 이후 글로벌 자본 속에서 K팝이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이브의 현재 영향력도 결국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 하이브가 K팝 시장을 대표하게 될 때 세계 기업들과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K팝이 어떻게 생존해낼지가 관건”이라며 “이번 인수로 단순 거대 기업이 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SM이 갖춘 탄탄한 시스템과 하이브의 진정성, 스토리텔링이 화합을 이루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거대 M&A 영향이 여타 기획사에도 미칠 것을 관측했다. 박 교수는 “두 회사의 만남으로 가요계는 이제 더 치열한 자본 싸움에 돌입했다. 이후 JYP나 YG 등 기획사들 역시 다양한 형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