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 대한민국 아이스하키팀 감독과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대비 훈련에 앞서 작전회의를 열고 있다.
실업팀, 대학팀이 연이어 사라지고 있다. 급성장하는 유소년 팀 상황에 비하면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국내 아이스하키 현황이다.
최근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이 해체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대외적 명분을 만들기 위해 2004년 정치권에 의해 창단된 지 17년 만의 해체다. 평창올림픽 이후 효용가치가 사라지자 2021년 대명 킬러웨일즈에 이어 하이원도 조용히 없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남자실업팀은 HL 안양(과거 안양 한라)이 유일하다. 국내 아이스하키는 안양이 힘겹게 홀로 버틴 20년 전으로 타임머신처럼 돌아간 셈이다.
대학팀도 한양대가 해체되면서 고려대, 광운대, 경희대, 연세대 4곳만 남았다. 고등학교팀은 보성고가 없어지면서 경기고·경복고·경성고·광성고·중동고 등 5개만 남았다. 현재 초등학교 선수 수는 2000명이 넘고 초등클럽 수도 200개를 웃돈다. 작은 주춧돌이 많이 생기는데 기둥과 지붕은 붕괴 직전인 상황이다.
단기적 원인은 지난해 중순 신임 회장을 선임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리더십 부재다. 협회는 평창올림픽 이후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돈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아이스하키인들이 추대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10년 전 폭행 사실을 정치권이 과도하게 문제삼은 탓에 회장 선거에서 뽑히고도 낙마한 게 결정적이었다”며 “최 대표가 회장이 됐다면 아이스하키가 지금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아이스하키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유소년 클럽 운영, 명문대 입시 컨설팅으로 얻은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연세대 등 명문대 입시 비리, 고교팀 폭행 등 추태는 여전하다.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도 책임이 있다. 대한체육회는 2020년 최철원 당선인을 여론에 밀려 회장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법정 싸움에서 이기고 오면 다시 논의하자는 체육회 입장은 아이스하키 종목과 협회를 내팽개친 처사였다. 문체부, 강원도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계스포츠 꽃’이라며 아이스하키를 한껏 추켜 세워 활용했다가 올림픽이 끝나자 얼굴을 돌렸다. 올림픽 유치 과정 중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태도는 이율배반적이었고 위선적이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 일부가 합류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문채인 당시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홈페이지에는 2023년 국내대회 일정(안)이 나와 있다. 기간, 장소 등 많은 게 ‘미정’으로 돼 있다. 여자도 실업팀은 평창올림픽 직후 역시 정치적으로 창단된 수원시청뿐이다. 남녀 실업대회는 자체 개최가 불가능하다. 대학팀과 실업팀을 한데 묶은 대회도 이해 관계가 달라 성사되기 힘들다. 실업팀 축소, 파행적 대회 개최는 경기력 저하, 인프라 붕괴 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미 노쇠했고 그나마 해볼만 한 유럽팀인 슬로베니아에 최근 0-10으로 참패하는 등 추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남자아이스하키는 현재 세계 21위다. 한국은 세계 13위부터 24위까지 출전하는 ‘월드 챔피언십 디비전 I 그룹 A’에 위치해 힜다. 오는 4월말 영국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부진하면 내년에는 그룹 B로 강등될 수 있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된 아이스하키가 국민의 전반적인 무관심, 아이스하키인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정치권·행정권의 순간뿐인 명분 놀음 속에 퇴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