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허지웅이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추모했다.

허지웅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의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오에 겐자부로가 세상을 떠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이후 일왕이 훈장을 주려 했으나 거부했다. 자신은 민주주의자이고 민주주의 질서 위에 군림하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시마 유키오와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미시마는 ‘오에의 시대가 올 것이다. 내가 상을 받은 이후 노벨문학상을 받을 사람은 오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할복 사건으로 세상을 먼저 떠났다.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시마 유키오는 참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할복으로 삶을 멈춘 우익이었으나 오에 겐자부로를 인정하지 않을 순 없었나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에 겐자부로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난징대학살과 같은 전쟁범죄를 거세게 비판했고, 역사와 피해국을 향해 일본은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평생에 걸쳐 외쳐왔다. 그리고 우익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헌법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식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군가의 삶이 그 자체로 본이 되고 정답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그의 소설 ‘만엔원년의 풋볼’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글을 마쳤다.

일본의 전후 세대 대표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지난 3일 노환으로 향년 88세의 나이에 별세했다.

그는 생전 뛰어난 소설가이면서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대해 꾸준히 소신 발언을 내놓았고,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이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고 외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불렸다.

일왕제와 군국주의를 비판해온 그는 1970년대 김지하 시인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 투쟁,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군부 쿠데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2004년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 포기하는 내용이 담긴 일본 평화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9조의 모임’에도 동참해 목소리를 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과거 일제 침략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에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