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실사화 의미가 없는데, ‘블랙워싱 논란’은 무슨.

블랙워싱(흑인화) 논란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인어공주 에리얼 역을 할리 베일리가 맡지 않았더라면 작품은 더 무너졌을 터다. 문제는 실사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은 실사화로 인해 조금 더 이질적인 존재로 변했고, 이야기의 재미는 반감됐다. 실사화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다.

‘인어공주’는 아틀란티카 왕국의 인어공주 ‘에리얼’이 바다에 빠진 왕자 ‘에릭’(조나 하우어-킹)의 목숨을 구해준 뒤 사랑에 빠져 운명을 쟁취하려는 과정이 담긴 영화다. 동명의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것으로, 제작단계에서 백인의 에리얼 역에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 큰 잡음이 일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할리 베일리는 도리어 작품의 수훈갑이었다. 훌륭한 목소리와 노래실력은 논란을 정면으로 타파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영화 초반 바닷속을 누비며 넘버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부를 땐 객석이 압도된다. 가상의 인물 에리얼은 어쩌면 피부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장점은 거기까지다. 아주 약간 비튼 설정값과 실사화 이미지가 원작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제작진은 ‘에릭’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 ‘출생의 비밀’이란 설정값을 줬지만 흥미롭지 않다. 또한 왕국의 규모도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작은 섬나라 왕국이라고 쳐도 여왕 1명, 왕자 1명, 총리 1명, 하녀 2명만이 왕궁을 구성하니, ‘왕자’라는 에릭의 지위가 장애로 느껴질리 만무하다.

비주얼라이징도 아쉽다. 과거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건들기는 커녕, ‘인어공주’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아, 영화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낮아진다. 귀여운 세바스찬과 플라운더는 게와 눈 한번 깜빡일 수 없는 물고기로 치환되는데, 누군가 언급했던 ‘해물탕 비주얼’ 그 자체다. 애니메이션의 추억을 가진 이라면 슬퍼질 수도 있다.

이야기 구성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제작진은 이야기 재배치에 대한 고민이 크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그림체로 즐기기엔 극장 티켓값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