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라면 4사가 일제히 라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간 것과 관련해 정부의 가격 인하 공개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라면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업계를 압박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부터 신라면 봉지면의 출고가를 4.5%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내린 95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농심은 지난 해 라면 및 스낵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3%, 5.7% 각각 인상한 바 있다. 전년 8월에 이어 약 1년 만의 재 인상으로, 신라면의 경우 10.9% 가격을 올렸었다.

농심은 이에 대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이 다음달부터 5%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가격 인하 대상인 신라면과 새우깡은 국내에서 연간 36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국민 라면과 국민 스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가격 인하로 경영에 부담은 있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역시 다음 달부터 삼양라면을 비롯한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인 삼양라면 ‘5입 멀티 제품’이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 기준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5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인하된다.

오뚜기 또한 다음 달 1일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스낵면(5개입) 가격은 3380원에서 3180원으로 5.9% 낮아진다. 다만 대표 제품인 진라면의 가격은 유지된다.

이 날 팔도도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평균 5.1% 인하한다고 밝혔다.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채널별로 순차 적용한다. 하지만 팔도 역시 대표 제품인 팔도비빔면 가격은 동결키로 했다.

반면 풀무원의 경우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할 수 없다는 공개 선언으로 눈길을 끈다.

전날인 27일 풀무원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면서 “풀무원은 밀가루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인하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라면업계의 이번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은 식품업계 전반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날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SPC 역시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품목과 인하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PC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렸고, SPC삼립은 제품 50여종의 마트·편의점 가격을 평균 10%대 인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