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막걸리 쉬었어요.”

손님이나 주인이나 난감하다. 즐거운 나들잇길 막걸리 한 잔에 여행객의 심사는 뒤틀렸을 테고, 주인 역시 정성껏 준비한 맛 난 안주를 내오기도 전에 벌어진 일에 민망한 표정을 감출 수 없을 테다. 여행이 워낙 지역 편향적 아이템이라, 어디를 가건 지역 막걸리 한 잔은 통과의례다. 망쳐진 것은 첫인상만이 아니라, 지역의 포괄적 이미지다. 이를 어쩔 텐가?

■ DMO,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처럼 컴플레인이 꼬리를 무는 업종도 드물다. 그런데도 세심한 준비와 드라마틱한 아이템, 미소 드리운 감동까지 요구하니, 종사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고도 남음이 있다. 지역 관광의 다양한 전초기지와 그것을 경영하고 관리해 낼 조직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는 지역관광활성화를 위해 주민과 지역 주도형 관광추진조직(Destination Marketing/Management Organization, 이하 DMO)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DMO란 내 몸에 맞는 관광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전라북도 전주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를 알리기 위한 전주맛집투어패스 발행 사업이 있다. 이것이 바로 DMO 사업이다.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전주 초코파이 업체 PNB풍년제과와 마시랑게, 삼일관 등 전주 대표 맛집 20여 개소와 문화, 공연 등을 연계해 가성비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관광상품이다. 이 패스를 이용해 관광객들은 지역 맛집과 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전주는 쏠쏠하게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DMO는 지역별 여건에 맞는 지역특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사업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 업계·학계 등 지역 내 협력망 및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관광을 주도하겠다는 도전의 산물인 셈이다. 현재 관광재단, 지역관광협의회, 주식회사, 주민협동조합 등 다양한 조직이 그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 DMO, 지원할 게 아이템 다오

문광부와 관광공사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주도하는 DMO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DMO 육성 지원 사업’에 열정적이다. 2019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까지 공모를 통해 총 34개의 DMO를 발굴하고 지원했다. 올해는 총 21개의 DMO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 강릉·전주·목포·부산·안동 등 5개 지역은 관광거점 도시로 2020년부터 내년(2024년)까지 총 5년간 지원한다.

강릉지역에서는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인 옥계지역에 생필품 지원 및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향토음식 경연대회와 밀키트 개발을 통해 여행자의 주전부리 키트 등을 만들어 지역과 상생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이템도 필요하다. 전주시의 공유자전거 ‘꽃싱이’와 연계한 페달투어가 그것이다. 한옥마을 차 없는 거리에 이은 또 하나의 저탄소 관광 실천 프로젝트다. 자전거를 타고 전주시의 골목길과 전주천 변을 달린다고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지역 주민과 관광 전공 학생들을 자전거 투어 가이드로 육성해 지역주민에게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에코 투어리즘 트렌드까지 이끄는 상품이니 누가 봐도 ‘엄지척’을 내보인다.

DMO 선정은 매년 1~2월 중 전국 기초지자체 대상 공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각 지역에서 지역 특화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최대 연 2억5000만 원의 국비와 지방비 예산을 준다. 관광공사도 이 사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DMO가 지역 기여도를 높이고 자립도 향상을 위해 전문가 컨설팅, 온·오프라인 교육과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 DMO로 모여 하나가 되자

DMO는 주민, 지자체, 지역 내 업계 및 학계 등을 모두 모아 지역관광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의 관광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익사업도 추진한다. 2024년도에는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유입 증대, 바가지요금 근절 등을 통해 지역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때 스포츠 영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배드민턴은 생활체육 동호인을 다수 확보하고 있고 올림픽 단일 종목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전주는 지난 9월세계 배드민턴인의 축제인 ‘2023 BWF전주월드시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 세계 43개국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주DMO는 발 빠르게 이를 생활체육을 접목해 스포츠 체험관광 여행상품인 배드민턴 Smash Travel을 출시했다. 전주는 이를 관광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관광공사는 DMO와 함께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려 한다. 올해 초 국내 관광 트렌드로 로컬관광, 농촌여행, 체류형 여행 등을 제시한 관광공사는, 지역 여건을 가장 잘 아는 DMO가 이러한 트렌드 변화 대응과 지역 특화 콘텐츠 발굴 등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주와 더불어 전주 막걸리는 여행객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아이템이다. 막걸리는 전주하면 떠오르는 특화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잡아라 전주 막걸리 트랩’으로 엮어 DMO사업으로 특화했다.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아끼려다 낭패를 보기에 앞서, 전주 막걸리 골목을 중심으로 버려지는 일회용 막걸리 페트병과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를 수거해 병충해 예방용 트랩을 제작하는 사업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는 지역 막걸리 판매점에서 유상으로 구매하고 지역 막걸리 판매점은 관련 수익을 지역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막걸릿잔을 제작·판매하는데 사용한다. 지역 예술가의 삶까지 고려한 상생 아이템이다.

전주 막걸리 트랩과 페달투어, 전주 맛집투어패스, 배드민턴 Smash Travel 사업 등은 ㈜전주관광마케팅이 전주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모, 막걸리 쉬었어요.”

쉰 막걸리도 DMO 눈에는 버릴 수 없는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