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가 왔다. 지난해 다소 침체됐던 극장가가 기지개를 펴고 되살아날 수 있을지, 올해를 들썩이게 할 개봉작 라인업을 배급사별로 살펴보자.

■만루 홈런 친 플러스엠(주)엔터테인먼트, 제2의 ‘서울의 봄’ 나올까

플러스엠(주)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만루 홈런을 후련하게 쳐냈다. 공동배급한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천만 영화’ 대열에 올라서더니, 또 다른 배급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1200만 고지를 넘어서며 2023년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상승세를 탄 만큼 올해에도 더 가열차게 달리겠다는 각오다. 탄탄한 작품들을 라인업으로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쌍천만 시리즈’로 올라선 ‘범죄도시’ 네번째 에피소드다. 유명무술 감독인 허명행 감독의 상업 데뷔작으로, 마동석·박지환 등 기존 멤버에 김무열, 이동휘 등이 합세한다. 국내 최대의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잡기 위해 사이버수사대와 전담팀을 결성한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업그레이드된 범죄 소탕작전을 그린다.

김고은과 노상현이 손잡은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눈치보는 법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태생적 비밀을 숨기는 법에 통달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인기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 등으로 사랑받은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에선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이 뭉친다. 군사분계선 너머의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막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의 목숨 건 탈주와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합을 꾸린 ‘데드맨’(감독 하준원),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의 ‘리볼버’(감독 오승욱),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의 ‘야당’(감독 황병국),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 정만식의 ‘크로스’(감독 이명훈) 등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나름 선전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는?

지난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노량: 죽음의 바다’로 나름 선전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엔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꾼다.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신작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등이 출연한다.

‘행복의 나라로’는 임상수 감독과 최민식, 박해일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2020년 칸 영화제 초청작이자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다. 당시 뛰어난 작품성과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지만, 뒤늦게서야 개봉하게 됐다.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동행하게 되는 과정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밖에도 류승룡, 박해준이 30년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지낸 형제 ‘만수’와 ‘병수’로 분해 뜻밖의 동행에 나서는 ‘정가네 목장’(감독 김지현), 조정석의 신작 ‘파일럿’,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황혼기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풍’(감독 김용균), 마동석, 서현, 경수진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감독 임대희), 구교환, 신승호, 강기영이 만난 ‘부활남’(감독 백종열) 등이 개봉을 기다린다.

■CJ ENM, 흥행 참패 끝 비로소 웃을까

CJ ENM의 지난해는 우울했다. 누적관객수 100만 명을 넘지 못하는 작품들이 속출했다. ‘유령’(66만명), ‘카운트’(39만명), ‘더 문’(51만명), ‘소년들’(47만명) 등 기대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며 극장가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그랬던 만큼 올해엔 절치부심,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오는 10일 개봉을 확정한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가 가장 먼저 간판을 내건다.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1부(2022)보다 더욱 강렬한 볼거리와 서사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은 신작 ‘하얼빈’으로 돌아온다. 1909년, 조국과 떨어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등이 라인업을 채운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도 기대작이다. 더욱 노련해진 서도철 형사(황정민)와 베테랑 강력범죄수사대에 닥친 새로운 위기를 그린 범죄액션으로,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이 합심한다.

이밖에도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의 힐링물 ‘도그 데이즈’(감독 김덕민), 해외 유수 영화제서 인정받은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 임윤아, 안보현의 로맨틱 코미디 ‘2시의 데이트’(감독 이상근) 등도 개봉예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쇼박스, 미미했던 2023 성적 떨치고 일어서나

쇼박스는 지난해 다소 부진했다. ‘비공식작전’ ‘3일의 휴가’ 등이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해, 올해엔 조금 더 알찬 영화들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으로,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등이 이야기를 완성한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새로운 오컬트물로,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출연한다.

이밖에도 유해진과 이제훈의 신작 ‘모럴헤저드’, 박신양이 10여년만에 내놓은 신작 ‘사흘’ 등이 올 한 해를 책임진다.

■NEW, ‘밀수’의 기운 이어갈까

‘밀수’(감독 류승완)로 여름 성수기 승기를 잡았던 NEW는 작지만 독특한 존재감의 영화들로 승부에 나선다.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는 험상궂지만 순박한 자칭 ‘핸섬가이즈’는 두 남자가 새 집에 이사 오던 날, 집에 얽힌 숨겨진 비밀이 깨어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장동주, 박지환, 이규형, 우현 등이 웃음과 재미를 보장한다.

‘엑시던트’(감독 이요섭)는 살인을 우연한 사고로 조작하는 이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물이다. 강동원과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등이 라인업을 짰다.

‘히든 페이스’(감독 김대우)는 한 통의 영상편지만 남기고 사라진 약혼녀의 행방을 쫓던 한 남자가 그녀와 관련된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방자전’과 ‘인간중독’으로 사랑받은 김대우 감독의 새로운 작품으로,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등이 이야기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