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씨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배우 문성근이 고 이선균의 죽음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한 배경을 공개했다.
문성근은 12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고 이선균의 장례식장 풍경을 회상했다. 그는 “그런 상집은 처음이었다. 문상객이 가득 차 있었는데 조용헀다.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없었다”며 “만다는 사람마다 도착해 부둥켜안고 흐느끼며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울던 한 친구가 ‘연예인이라고 이렇게 마녀사냥당해도 되는 거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불쑥 나왔다”며 “절 잡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 ‘어쩜 이럴 수가 있냐. 이러고 가만 있어야 하는 거냐’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 이선균과 동년배 배우와 감독, 제작자 중심으로 뭐라도 해야 된다는 말이 돌았다”며 “이번 성명에 2000여 명이 서명을 했다는데 이 정도 규모로 영화인들이 집단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근은 “모두가 느껴본 고통이었고 아픔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도 많았고 다 느껴본 고통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누군가는 ‘버텼어야 되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봤다. 배우라는 건 연기자라는 건 감성이 예민하고 섬세하고 그걸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서다”며 “일상 생활에 슬픈 일이 있었다면 그 감정을 기억하고 연기할 때 되살려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성근은 고 이선균과 유흥업소 관계자의 음성을 보도한 KBS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을 지목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거기다 사건(고 이선균 사망) 전날 통화기록 20분 가량 되는 것이 유출됐다”며 “그걸 듣는 당사자는 어떤 충격이었겠느냐”고 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로 구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아울러 “그 느낌을 기억하고 느껴지고 잘 기억하고 잘 보관하고 잘 끄집어내는 것이 연기자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굉장히 뛰어난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며 “연기를 잘하면서 버티라는 건 모순된 요구다. 이렇게 마녀사냥해도 되느냐는 호소, 그 마음이 모여 이렇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성근은 “저 마음들이 다 작품으로 나온다. 앞으로 계속해 어떤 장면이든, 그런 작품이 나올 것이고 연기자는 그걸 연기할 것이다”며 “이선균·전혜진 부부 모두 제가 소속된 극단 출신이다. 말도 못할 심정이다”고 했다.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고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 이선균의 마약 혐의 사건은 입건 전 내사 단계부터 고인의 실명이 보도돼 파장이 이어졌다.
KBS는 지난해 11월 24일 고 이선균과 A씨의 육성담긴 내용을 보도했고 가세연 또한 둘 사이의 녹취 파일을 내보냈다.
문화예술 관계자들로 이뤄진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 내용이 보도된 경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KBS보도와 일부 유튜브 채널, 언론 등을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