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해 보니 이제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다음은 필자가 경험한 상위권 학생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상담하면서 꼭 강조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집중력과 지력

공부는 일단 머리를 쓰는 일이다. 내 머릿속으로 콘텐츠를 끌고 들어가는 힘이 강해야 하는데, 이것은 누가 시킬 수가 없는 일이다. 수업 활동은 활발할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공부의 핵심은 ‘인지적’인 것이기에 자세는 ‘미동도 없는 집중의 아우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종종 이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면 학생들은 “제가 공부할 때 이런 모습이군요!”라고 말하며 다소 놀란다.

그리고 한 문제를 골똘하게 생각에 생각을 더하며 내려간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끝까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절대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런 인지 과정은 주어진 강사의 해설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간당 많은 양의 정답 해설을 화려하게 듣고 필기하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지 않으며, 겉보기에 성취감을 주는 것 같은 일명 양치기(양으로 많은 문제를 푸는 것)에 속지 않는다. 학교영어는 입시과목이기 때문에 언어가 지닌 본연의 ‘소통의 즐거움’보다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지력의 깊이를 측정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주체적인 마인드

주체성이 결여된 공부는 절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EBS 정승익 강사의 최근 저서 ‘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에서도 억지 공부에서 자발적 공부로 나아가는 힘을 강조한다. 결석하면 부모님과 학원 선생님보다도 본인이 더 걱정이 돼야 한다. 특히 저학년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영향력이 클 수도 있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공부힘’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가짜 금칠은 금방 벗겨지기 마련이다.

내가 컨트롤 타워여야 한다. 내가 학원을 활용하는 것이지 내가 학원에 의지하지 않는다. 사실 학원에서 영단어 시험이 통과 안 돼 남아서 보충을 하면 내심 더 열심히 한 것 같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그런 종류의 보충을 싫어한다. 첫째, 내 루틴이 예상하지 않은 타인에 의해서 깨지는 것이 싫고 둘째, 더 남아서 추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과업을 시간을 늘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겸허함과 진중함

동시에 내가 모를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저건 또 어떤걸까? 선생님이 제시해 준 것은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하고 오픈돼 있고 겸허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 불필요하거나 정확하지 않는 사실은 가볍게 발설하지 않는다. 정답을 선택할 때도 섣부르게 결정하지 않고 끝까지 차분하게 다 읽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메가스터디 영어강의 1타 조정식 강사도 “상위권 학생들은 시험시간을 충분히 다 쓰고 검토하고 또 검토해서 가장 마지막에 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학습처리의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공부의 본질을 논할 때는 깊이와 진중함이 핵심이다.

손주은 회장은 ‘우리 교육의 미래와 자녀교육’에서 “공부는 결국 ‘자기혁명’이고 ‘자기감동’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과정과 효과는 입시의 성적, 선발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공부는 입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알고 싶어하는 본능을 충족하는 행위이며, 오은영 박사가 말한 ‘자기 효능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미쌤은 누구?

본명은 민아미이고 현재 개포동 아미영어학원 원장이다. 목동과 대치동에서 영어강사로 20년 이상 활동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영어교육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한국강사신문 칼럼니스트 겸 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적중! 영어독해중등3 꿈틀’ ‘적중! 영어독해중등1 꿈틀’ ‘고득점 수능듣기B형 고3 실전편RHK’ ‘고득점 수능듣기B형 고3 유형편RHK’ 등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