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에 참전한 대령은 선수들에게 미군이 단 성조기를 나누어주면서 “이 국기를 볼 때마다 수많은 이의 희생이 있었기에 여러분이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될 수 있었다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 ‘리딤팀(다시 드림팀으로)’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미국 농구 드림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농구 종주국으로 당연한 금메달을 기대했기에 여파는 컸다.

위기를 구할 적임자로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대학농구 명장이지만 NBA 경험이 전무한 듀크대 ‘마이크 슈셉스키’를 선임한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선수들을 이름값이 아니라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기준을 대했다. 그동안 드림팀은 애국심으로 뭉친 것이 아닌 올림픽을 자신과 NBA 홍보무대로 여겼다고 진단한 슈셉스키는 팀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NBA 선수들에게 성조기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걸프전 참전용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결린 2006년 세계남자 농구 선수권 4강전에서 그리스에게 또다시 충격패했다. 올림픽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따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슈셉스키는 팀을 리드할 노장이 필요하다는 결론과 함께 최고 선수였으나 여러 가지 논란으로 NBA에서 외면받은 코비 브라이언트를 선발했다. 코비는 “미국을 대표하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다시 미국은 위대해 질 것”이라며 드림팀에 합류한다.

“우리는 모두 스타라 공격은 열심히 하지만 수비를 하기 싫어한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궂은일이다.”

코비는 자신부터 훈련에 집중하며 솔선수범했다. 코비가 부상을 염려하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는 태도에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어느 날 밤새 클럽에서 즐기고 새벽에 돌아온 선수들과 수건을 두른 코비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다. 코비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가는 중이었다. 코비는 아무 말 없이 웨이트장으로 가서 훈련했다. 미국 농구의 위대함을 회복하고자 합숙훈련까지 하는 절박한 상황임에도 밤새 클럽에서 유흥을 즐긴 선수들은 새벽에 훈련하는 코비 모습을 보며 다양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후 조용한 새벽 호텔 웨이트 장은 NBA 스타들의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성조기 아래 뭉친 미국 대표팀은 드림팀이 아닌 원팀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가대표와 가슴에 단 태극기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의 역할과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고 있나. 축구 아시안컵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만연한 일들이고 새삼스러울 게 없다. 단지 축구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와 관심을 받을 뿐이다. 선수에게 존중을 강요하는 코치, 코치를 이용하는 선수, 후배를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선배, 선배를 꼰대라고 무시하는 후배가 지금 우리 모습은 아닐까.

우리나라 국가대표도 무너지고 있다. 국가대표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슈셉스키의 코칭법과 코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스쿼시국가대표 감독 겸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 부회장

<한국스쿼시국가대표 감독 겸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