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요즘 청년’들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안정의 틀을 벗어나 나만의 길을 모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세대들은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양상을 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정규직이라는 안정의 틀에 갇히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경직된 사회구조는 청년들의 꿈과 열정을 억압하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현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 바로 ‘프리터’다. 이에 따라 획일적인 안정보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도전을 선택하는 ‘프리터족’이 증가하고 있다.

‘프리터족’은 Free(프리)+Arbeit(아르바이트)를 줄인 말로,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들에게 붙여진 말이다.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으로, 특정한 직업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층을 일컫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15.2%가 프리터족으로, 이들은 꾸준히 증가하며 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사회는 프리터족을 무기력하고 게으른 집단으로 단죄하며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모습을 왜곡하는 편협한 시각이다. 이들은 안정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강점을 키우고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춘 청년들은 기업에서도 주목받는 인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물론 프리터족이 겪는 여정은 외롭고 험난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청년들이 정규직의 안정성을 버리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 삶에 대한 시간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는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이들은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용기를 발휘하느라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갈등은 우리 사회의 복잡한 조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증가는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서 언급하는 ‘정체성 대 역할 혼란’ 단계와 관련이 깊다. 청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려는 욕구가 프리터족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실업률의 상승과 정규직에 대한 높은 경쟁률이 결합돼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시도하며 자신의 길을 모색하려는 경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직원을 채용하는 입장에서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는 능동적인 존재의 장점은 있겠지만, 실제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했을 때 그만큼의 업무 효율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도 다양성이 있겠지만, 그 정책이 진짜 청년들을 위한 것이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면 지원하는 제도가 많아질수록 그것을 역이용해서 돈을 쉽게 벌려는 ‘지능적’인 청년도 많아지고,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 중소기업은 직원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와 공감의 자세는 필요하다. 프리터족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변화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은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새로운 관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꿈나무들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자아실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적인 지원보다는 그들의 내적 욕구와 사회적 요구 사이의 균형을 찾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 칼럼니스트는 편집디자이너 출신의 SNS 마케터다. 오랜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SNS 마케팅 기업 ㈜트렌드넷을 설립했다. 서울시패션제조지원센터 금천솔루션앵커의 공동운영사이며, 다양한 기업의 온라인 홍보 채널 관리 및 컨설팅을 제공, 여러 기관들과 지역축제와 문화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NS 마케팅 전략 강사로도 활동한다. 저서로 ‘힙피플, 나라는 세계’(포르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