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9단(왼쪽)이 요다 9단과 일전을 치르고 있다.
아우의 불꽃 투혼에 형님들도 우승으로 화답했다.
25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최종 라운드 최종국에서 유창혁 9단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을 꺾고 한국을 초대 우승국으로 이끌었다.
현존 한·중·일 최강의 선수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단체전 승부를 벌이는 대회가 농심신라면배라면 농심백산수배는 한때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던 백전노장들이 국가대항전으로 자웅을 겨루는 대회다. 농심이 세계 바둑팬들을 위해 이번에 처음 만들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창혁 9단.
이에 한국은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을 필두로 서봉수·유창혁·최규병 9단 등 최정예 군단으로 팀을 구성해 대회에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아우들의 농심신라면배 우승을 스스로 자축했다. 특히 ‘아우’들은 신진서 9단이 ‘나 홀로’ 6승을 거두며 우승한 것과 달리 ‘형님’들은 최규병 9단 2승과 조훈현 9단 1승 등 고른 활약을 펼치며 첫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대국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유창혁 9단이 안명치 농심 중국법인장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고 있다.
화룡점정은 유창혁 9단이 찍었다. 유9단은 이날 요다 9단과의 승부에서 단단한 포석으로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우세를 점한 뒤 승리의 길을 깔끔하게 닦아 갔다. 중반전에 돌입하기 전부터 인공지능 승리 예상치가 70%를 웃돌기 시작하더니 160수 언저리부터는 거의 100%의 승리 예상치를 기록했다. 210수에 이르러 요다 9단이 할 수 있는 일은 항서를 바치는 것뿐이었다.
유창혁 9단이 최규병 9단(오른쪽)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농심신라면배와 농심백산수배 우승을 모두 움켜쥐며 국내 바둑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했다. 모든 승부가 끝난 후 유9단은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까닭에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늘 열심히 응원해 주는 바둑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대국했다”며 “한국 바둑의 위상을 높이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대국이 끝난 후 복기도 없이 대국장을 떠나고 있는 요다 노리모토 9단의 뒷모습; 승부는 늘 냉혹하다.
현장에서 검토실을 지키며 유9단의 승리를 응원한 최규병 9단은 “유9단이 요다 9단의 바둑을 아주 세밀하게 분석한 것 같다”며 “평소 공부량이 많은 유9단의 완벽한 승리였다”고 이날 승부를 총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