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도 그 시점이 비슷했다. 다양한 드라마를 취재하고, 그 안에 출연한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공교로운 경우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따지고 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나온 세 여배우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처음 5% 남짓의 시청률은 드라마 막판 12%까지 상승했다. 단순한 시청률의 수치뿐 아니라 각종 화제성에 있어서도 빼어난 성과를 냈다. 그 결과는 ‘호텔 델루나’ 이후 5년 만에 포상휴가였다. ‘내남결’의 주역들은 다음 달 초 베트남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작품에 출연한 세 명의 여배우 모두가 인터뷰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 감정이 이해됐던 경우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 눈물을 정리하자면, 그만큼 성과가 났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에 나올 수 있었다.

강지원 역의 박민영이 시작이었다. 박민영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박민영은 시작부터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하기 전인 지난 2022년 9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와의 열애설로 구설에 올랐다. 강씨가 수백억원대 횡령과 더불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었다.

박민영은 강씨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겹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내남결’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했던 박민영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입장하는 기자들을 향해 모두 인사하며 사과에 정성을 보였다. 그리고 캐스팅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부터 눈물을 보였다. “죽기 살기로 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정수민 역의 송하윤도 눈물을 보였다. 송하윤은 극 중 강지원의 친구이자 그의 남편을 빼앗는 ‘불륜녀’ 정수민을 연기했다. 얄밉고 독하고 교활해 보여야 했다. 송하윤은 종방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성원해준 시청자들께 한마디를 해달라”는 막판 질문에 눈물을 보였다.

그는 “너무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민을 연기하면서 미치도록 외로웠다. 가지고 있던 SNS의 사진도 지우면서 배역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던 천성보다 훨씬 독한 배역을 받아들이면서 그는 몸에 탈이 났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 지난한 과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송하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눈물의 릴레이’는 양주란 역 배우 공민정에게도 이어졌다. 시기상으로 가장 늦게 인터뷰에 임했던 공민정은 “극 중의 지원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겠느냐”는 질문에서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이런 질문에서 눈물을 쏟는 경우는 잘 없었고, 기자의 경우에는 앞선 타임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가 이미 나온 상태라 조금 홀가분한 기분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질문했지만, 똑같은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공민정은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과거로 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려고 하면 그 과정을 다 거쳐야 하는 것이라 지친다”고 말했다. 분명 연기를 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눈물로 보였지만, 또 다른 사연이 담겨있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는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다.

박민영과 송하윤, 공민정은 1986년생으로 동갑내기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오유라 역의 권보아를 포함해 무려 네 명의 여배우가 동갑내기 호흡을 선보였다. 하지만 ‘내남결’을 통해서 모이기까지는 서로 다른 여정을 거쳤다.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박민영은 인기가 있었지만, 스스로의 연기관과 치열하게 다퉜고 외부적인 시련도 있었다. 송하윤은 데뷔 20년이 넘었지만 늘 고정된 이미지의 배역에 어려움을 느꼈다. 공민정 역시 데뷔 후 작은 영화를 통해 어렵게 배우생활을 이어온 시절도 있었다. ‘사과의 눈물’ ‘기쁨의 눈물’ ‘결심의 눈물’ 등 색은 달랐지만, 그렇게 눈물을 터뜨릴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는 세 여배우의 입장은 같았다.

워낙 배우들의 경우에는 눈물을 연기로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보니 그 가치가 때로는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까지 연기가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본 세 여배우의 이어진 눈물은 그만큼 그들이 연기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이는 ‘증명의 눈물’이라 그 의미가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