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푸바오를 봤을 때를 잊지 못해요. 나무에 올라가 곤히 잠든 모습이 꼭 아기 같이 귀여웠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주부 강모씨(50)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만나러 갔다. 푸바오 팬인 딸의 주도로 가게 됐지만 이내 푸바오를 비롯한 바오가족에 푹 빠지고 말았다. 강씨는 “푸바오가 떠나기 전 딸과 한번 더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이 나질 않아 못 갔다. 이대로 떠나보내야 한다니 아쉽고 먹먹하다”고 했다.

푸바오의 일반 공개는 오늘이 마지막으로, 내일부터 한 달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특별 건강관리를 받는다. 이후 이송 케이지 사전 적응 훈련을 비롯한 검역 준비를 하고 4월 3일 중국으로 향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슈퍼 스타가 있다면, 그는 바로 사람이 아닌 판다 ‘푸바오’일 것이다.

국내 최초로 자연 번식에 의해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이름은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에버랜드가 일반인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름 투표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특별한 이름이다.

유튜브 ‘말하는동물원 뿌빠 TV’ 채널은 영상 1개를 업로드할 때마다 조회수가 100만을 족히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에버랜드 공식 채널에 올라온 ‘하부지(할아버지)랑 같이 놀고 싶었던 찰거머리 아기판다｜에버랜드 판다월드 푸바오’ 영상은 3일 오전 기준 조회수가 무려 1592만 회를 돌파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미치도록 귀엽다. 푸바오는 아기 때부터 레전드였어”, “이랬던 아기 푸바오, 어느새 독립도 하고 서리도 하고 월담도 하고 다 컸네 푸공주”, “사랑으로 키우신 게 보여서 어느 순간 울컥하게 되네요. 사육사님도 푸바오도 바오가족 모두 건강하고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기를”, “저렇게 작았던 아기판다가 이제 꼬마판다가 돼서 혼자 중국에 가야 한다니‥어떻게 보내” 등의 댓글을 남겼다.

푸바오는 이른바 별명 부자다. ‘용인 푸씨’, ‘푸린세스’, ‘뚠빵이’, ‘푸뚠뚠’, ‘푸룽지’, ‘푸장꾸’ 등 수십 개의 별명이 붙을 만큼 한국 팬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고 나면 한국에서 다시 보기는 힘들어진다.

푸바오의 중국 반환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수많은 팬들은 아쉬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팬들에게 행복과 힐링을 선사하던 ‘국민 판다’ 푸바오는 왜 중국으로 가야만 할까.

전문가에 의하면 암컷 판다의 가임기는 1년 중 2~3일밖에 되지 않는다. 번식이 가능해지는 생후 4년 차 때는 짝을 찾을 수 있도록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푸바오 담당 강철원 사육사는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푸바오의 당연한 삶이다. 푸바오의 판생(판다의 생)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과정이고, 짝도 만나야 하고, 엄마도 돼야 하고 자기가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추억을 가지고 영원히 행복한 판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바오를 비롯한 판다는 뚠빵한 몸매와 귀엽고 동글동글한 외모 덕에 순한 동물처럼 보이지만, 보기와 달리 맹수다.

본래 육식동물이었으나 진화 과정을 거쳐 대나무 잎을 먹는 채식 동물이 됐다. 강 사육사는 “화를 내면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기 때문에 갈등 상황을 피하는 편이지만 판다의 공격성이 발현되면 곰처럼 사람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그래서 성체 판다들을 대할 때 사육사들도 펜스 밖에서 접촉한다”고 말했다.

푸바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이돌 가수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홈마’까지 등장하게 됐다. 동물로서는 보기 힘든 ‘팬덤’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푸바오 인기에 사육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셨던 추억이 푸바오를 통해 환기되는 듯하다. 푸바오가 사육사들과 교감하며 사랑을 받는 모습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엄마인 아이바오와 보여준 행동들도 마치 사람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많다. 치열한 현실 속 푸바오가 지닌 귀엽고 순수한 모습이 심리적인 위로를 준다는 이유도 컸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푸바오의 ‘무해함’에 위안받고 있다. 귀엽고 순진하게 생긴 푸바오의 모습이 이들에게 ‘셀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푸바오는 중국 쓰촨성의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옮겨져 생활하게 된다. 중국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는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동행할 예정이며, 쓰촨성 자인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도착 후 현지 검역과 적응 시간을 일정 기간 가질 전망이다.

강 사육사는 “지금까지 많은 분들께서 푸바오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각별한 애정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동희 동물원장은 “중국 판다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푸바오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를 직접 만날 수 없는 내일(4일)부터는 아쉬워할 팬들을 위한 푸바오 특별 영상 상영회를 진행한다. ‘전지적 푸바오 시점’에서 사육사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약 25분간 매일 2회씩 에버랜드 실내 극장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또 푸바오가 중국으로 출발하는 당일 팬들과 함께 배웅하는 환송 행사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