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했다. 청주체육관에 개나리같이 노란 폭죽이 터졌다. 좋았다.”

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KB의 키플레이어 박지수가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행복한 결말을 그려보았다. 지난 시즌 불현듯 찾아온 공황장애, 손가락 부상을 털고 이번 시즌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박지수는 챔프전 우승으로 화려한 복귀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이다.

오는 9일 KB와 부천 하나원큐와의 경기로 막을 올리는 WKBL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저마다 ‘봄농구’의 주인공이 되려는 4개 팀 감독과 선수들이 5일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코리아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각오를 다졌다.

이번 시즌은 돌아온 국보 센터 박지수의 맹활약을 비롯해 부천 하나원큐의 구단 사상 첫 PO 진출, 정규리그 2위로 밀린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의 도전자 구도 등으로 새 판이 짜였다. 정규리그에서는 3위로 우리은행에 밀렸지만, 역대 플레이오프 상대 전적에서는 11승 5패로 우위인 용인 삼성생명이 우리은행과의 PO에서 변수를 만들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건강하게 돌아온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KB는 PO 사전 미디어데이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하나원큐 김도완 감독은 “박지수는 물론이고 강이슬도 막아야 하고 허예은도 막아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KB에 모두 패했는데 PO에서 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원큐 베테랑 신지현은 “상대 팀들 움직이는 방식은 잘 알지만, 알고도 막기가 쉽지 않다”며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박지수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WKBL 사상 최초로 1~5라운드 최우수 선수를 독식했다. 득점(평균 20.28점), 리바운드(15.24개), 블록슛(1.76개) 등 개인 기록 선두에 오르는 등 골 밑에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어시스트도 5개를 넘기며 3위에 올랐고, 간혹 던지는 3점슛도 성공률을 34.8%까지 끌어올리며 막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박지수는 PO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부담은 전혀 없고 정규리그에서처럼 하던 대로 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맞서는 하나원큐는 친정 팀으로 돌아온 맏언니 김정은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 우승팀 우리은행에서 나와 자유계약(FA)으로 하나원큐행을 택했고, 공수 양면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사상 첫 PO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나원큐 센터 양인영은 “정은 선배가 경험이 많아서 훈련할 때는 물론이고 그 외에 생활적으로도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면서 “PO때는 선배한테 의지하기보다 많이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지현도 “PO 준비하면서 선배가 ‘네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선배가 다시 돌아와서 함께 뛸 수 있어서 낭만이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김도완 감독은 “지난 시즌과 달리 다섯 명의 선수가 하나 되는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치러왔다. 그런 모습에서는 상대 팀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은행은 챔프전 우승으로 정규리그 2위의 설움을 날리겠다고 별렀다. 우리은행의 어린 에이스 박지현은 “능소화라는 꽃을 좋아한다. 장마와 태풍을 다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인데, 시즌 초반 부상 선수도 많이 나와 힘들게 시작했던 우리 팀과 비슷하다”며 정규리그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막강한 KB도 이겨내야 우승할 수 있을 텐데 이겨내 능소화 엔딩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PO 첫 상대인 삼성생명과의 경기를 앞두고 “우리가 3점은 더 낫다고 본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지난 시즌 통합 MVP 김단비는 삼성생명과 PO 상대 전적은 열세라는 말에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다. 5승 11패라는 숫자에서 우리 승수가 더 많아지게끔 내가 이끌어보겠다”고 맞받아쳤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재활에 전념하다 이번 시즌 2라운드부터 복귀해 점차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키아나 스미스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미스는 “우리 팀의 슬로건이 블루밍 어게인이다. 이번 봄에 다시 피어나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임근배 감독은 “이번 시즌 다 발휘하지 못한 기량을 다 펼치고 싶은 열망은 우리 선수들이 더 강하리라고 본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삼성생명은 스미스, 이해란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골 밑에서는 배혜윤이 중심을 잡고 있어 분위기를 타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PO는 3전 2승제에서 5전 3승제로 시리즈가 길어졌다. PO 승자끼리 겨루는 챔피언결정전은 24일부터 5전 3승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