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9일 끝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경쟁명부 선거에서 당선된 이보라미 후보는 밟은 미소를 항상 머금고 있다. 녹록지 않은 선거판에 롤러코스터와 같은 일희일비의 현장에서도 그 미소를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명부 중 3번과 4번을 경쟁명부로 두고 당원들을 대상으로 선출 절차를 거쳤다. 이중 이보라미 후보가 최다득표를 해 3번에 당선됐다. 녹색정의당의 1번과 2번은 외부 영입 인사라는 점에서 당원들의 선택에 의한 1순위 후보는 이 후보다.

전남 영암군에 살지만 영암 출신은 아닌 그는 지역색이 강한 전라도에서 어떻게 지방의원에 당선이 됐을까.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3번 이보라미 후보는 “태어난 곳은 경기도 파주시 아동면(현 파주시 금촌동)인데, 4살 때 집안이 서울 강남구로 이사해서 논현초·서초중·고, 중앙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고 말했다. 그가 영암에서 살게 된 것은 직장(현대삼호중공업) 때문이다. 영암에는 지연, 학연, 혈연 중에 아무것도 연결되는 것이 없다.

이보라미 후보는 지난 12년간을 영암군의회와 전남도의회에서 활동을 했지만 동시에 직장생활을 했고, 현재 대리로 재직 중이다.

만년 대리라니….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인천의 한라중공업으로 입사를 했는데 1997년에 회사가 영암 삼호로 이전을 했다. 여기는 조선소로, 나는 배를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12년간 지방의원 생활을 할 때는 휴직을 했고, 공직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직장인이다. 아직 대리인 이유는 노조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면 조합원을 할 수가 없다. 또 공직생활을 위해 회사와 협의해서 12년간 무급휴직상태로 있어서 승진 등은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29년 차 만년 대리다. 중공업 조합원으로 정년퇴직하는 게 바람이다”고 말했다.

짧지 않은 시간, 평탄치 않은 기간이다. 2000년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어쩌면 예정됐을 인생행로다.

군의원을 거쳐 2018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로 민주당의 열풍이 대단했던 시기였다. 민주당의 아성인 전남에서 민주당을 꺾고 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도의원으로 당선됐다. 암 투병 중 치른 2014년 도전은 낙선했지만, 재도전 끝에 이룬 성과다. 이 후보는 그 비결을 ‘돌쇠봉사회’을 통한 지역민과 소통이라 말했다.

돌쇠봉사회는 2008년부터 시작했다. 이 지역 농민들에게는 노동자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고기잡이로 살던 삶의 터전을 조선소로 말미암아 뺏기고 새로이 농사를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호중공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에 비해 돈 잘 벌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어르신들을 만나보니 홀로 계신 분들이 많아 수도꼭지 하나도 못고치는 농가가 많았다. 그래서 삼호중공업 조합원들과 당원들에게 돌쇠봉사회를 제안해 15년간 유지해 오고 있다. 농촌마을을 돌면서 칼과 낫갈기, 농기계고치기, 방충망수리, 수도고치기, 머리염색 등 소소한 것부터 부피가 꽤 큰 것까지 할 수 있는 대로 다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마주한 이 후보라고, 선거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 후보는 “녹색정의당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돌아선 국민들의 관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녹색, 노동, 농민, 성평등, 민생 본부를 중심으로 기득권 양당이 외면해온 의제들을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