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배우 이선균(48) 씨의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받아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배우 이선균의 마약 수사 관련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현직 경찰관이 체포됐다.
지난 2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인천경찰청 소속 간부급 경찰관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선균의 마약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18일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가 작성한 것으로, 마약 사건과 관련한 대사자 이름과 전과, 신분, 직업 등 인적 사항이 담겼다. A씨는 마약범죄수사계와는 관련 없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해당 보고서를 어떻게 입수해 유출했는지, 그리고 유출 대상은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고 이선균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같은 날 A씨가 소속된 부서 사무실을 포함한 인천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인천경찰청은 A씨가 체포된 뒤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기 어렵다고 보고 곧바로 직위 해제한 상태다.
A씨가 유출한 보고서 내용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9일 언론보도 됐다. 이를 통해 이선균이 지난해 10월 14일 마약 투약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형사 입건됐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최초 보도는 익명으로 작성됐으나, 이내 이선균의 실명이 공개됐다. 이선균은 세 차례 더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선균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포토라인에 섰던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봉준호 감독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는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수사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서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월 15일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수사 정보 유출 경위를 파악해달라는 수사 의뢰를 받고 진행 중이며, 지난 1월 22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 여러 곳과 이씨의 수사 정보를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던 언론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에 더해 수사보고서를 유출한 현직 경찰관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진척을 보이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A씨는 23일 수원지법에서 열릴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 이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법원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A씨는 이번 수사 정보 유출 사건의 첫 번째 구속 사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