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군에 있는데, 사회에서 이렇게나 굳건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데뷔작 ‘파묘’(감독 장재현)로 바로 ‘천만배우’ 대열에 오른 배우 이도현이다. 군대간 게 정말 맞나 의심될 정도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도현은 지난 24일 ‘파묘’가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천만배우’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스크린 데뷔작으로 단숨에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한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남자 배우로서는 2013년 영화 ‘변호인’ 임시완 이후 11년 만이다.

극 중 ‘화림’(김고은)의 제자이자 MZ 무속인 ‘봉길’로 분한 그는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이라는 엄청난 내공의 배우들에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몫을 소화해내며 이야기 한 축을 담당한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발을 하고 온 몸에 문신을 새기는 분장으로 기존 이미지와 180도 다른 면을 부각한 그는 ‘화림’과 함께 무속인 커플로 사랑받으며 ‘파묘’ 인기 상승에 큰 공을 세웠다.

데뷔 8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 더 놀랍다. 지난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배우로서 경력을 쌓은 그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 ‘18 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더 글로리’, ‘나쁜 엄마’ 등 좋은 작품들에 얼굴을 내비치며 ‘작품 고르는 안목 좋은 배우’로 인정받았다. 특히 ‘더 글로리’에선 송혜교와 훌륭한 호흡으로 호평을 받았고, 작품에서 만난 임지연과 연인으로 발전하며 ‘일과 사랑’ 모두 잡은 ‘다 가진 남자’가 됐다.

남자배우로선 휴식기로 여겨지는 입대 이후에도 그의 ‘열일’ 행보는 여전했다. 지난해 8월 공군 군악대로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찍어놨던 작품들을 꾸준히 공개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공백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한 것이다.

이도현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의 마지막에 등장한 데 이어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최이재(서인국)의 7번째 환생 존재 ‘장건우’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영화 첫 도전작인 ‘파묘’로 이미지 변신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대기록까지 달성하며 ‘이도현’ 이름값을 톡톡히 입증해냈다.

대선배인 최민식도 이도현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과거 스포츠경향에 “이도현은 젊은 배우라서 처음엔 낯설었다. 그런데 만나보니 예전부터 같이 작업해온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지더라. 배우끼리 늘상 하는 친해지려고 몇 번 만나는 사전작업도 필요없었다. ‘아, 나와 이도현, 김고은, 유해진 넷이면 그림은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믿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도현의 제대 시기인 2025년 5월까지는 국방부 시계가 아주 정직하게 돌아갈 예정이다. 이후 그가 들려줄 찬란한 이야기들이 또 얼마나 영롱하게 빛날지 관심이 쏠린다.